서울 가락동의 ‘○○참죽’ 가락점은 경찰병원 건너편 먹자골목 상가에 있다. 주변에 오피스빌딩이 있으며, 배후상권은 아파트단지다. 이 가게는 36㎡(약 11평) 규모의 작은 음식점이지만 지난 6년간 꾸준히 성장해 150여개 가맹점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여기에는 점주 양미란 사장(47·사진)의 점포경영 철학이 큰 몫을 했다.

아날로그 사진 현상소를 운영하던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양 사장은 2007년 창업전선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한우 고깃집을 일단 검토했지만 한우 매장은 가게 규모가 커야 하고 외식업 경험도 없어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양 사장은 우선 죽 전문점에 종업원으로 들어가 일부터 배웠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점포를 물색하고 죽 전문점 브랜드를 고른 뒤 가게 문을 열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권이라 개점 초기에는 모든 게 힘겨웠다. 남편과 쉬는 날 없이 매장을 운영했다. 손님들에게 맛있다고 인정받고 조금씩 매장이 알려지면서 가능성이 엿보였다. 1년이 지나자 인근 죽 전문점의 매출을 따라잡았고, 지금은 인근 오피스가의 명소가 됐다.

그 이면에는 양 사장의 식재료에 대한 자긍심이 깔려 있다. 가맹본사가 전 가맹점에 공통으로 제공하는 식재료 외에 가맹점주 임의로 구매하는 식재료는 특품을 쓰는 게 그의 원칙이다. 야채도 인근 가락시장에서 특품만 구입해 쓴다. 몸에 좋지 않은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았다.

양념장도 매실청이나 레몬즙을 이용해 양 사장이 직접 만들었다. 흑임자(깨)도 저질품을 잘못 구입하면 쓴맛이 날 수 있어 특품을 구입해 직접 볶아 썼다. “손님은 왕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에게 먹이는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다해 조리하면 손님들도 언젠가는 눈치를 채요. 저 역시 자신있고 당당하게 손님들을 대할 수 있고요.”

이 가게에서 쓰는 쌀도 독특하다. 매장에는 일반미와 7분도 쌀, 현미 세 가지 종류의 쌀을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진열해놓았다. 도정에 따라 쌀의 핵심 영양분이 함유된 쌀눈이 살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의 달력에는 하루 일과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시간대별 작업 내용과 준비 물량 등을 예측해 1주일치를 미리 적어놓는다. 허둥대는 일 없이 점포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는 “점심 시간에는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주방 효율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죽을 자동으로 저어주는 ‘죽메이드’란 기계로 5분 안에 조리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계는 사람 손을 대신해줘 인건비를 절약하는 효과도 있다.

이 가게는 하루에 120그릇 안팎을 팔아 한 달에 3000만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중 순익이 35%에 이르러 여느 외식점보다 마진이 좋은 편이다. 양 사장은 “원가만 생각해 품질이 떨어지는 식재료를 쓰는 것은 결국 손님을 잃는 길이므로 손님이 낸 돈 가치 이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