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디자인의 차이점이요?”

필리포 페리니 람보르기니 수석 디자이너는 기자의 질문에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회사의 내규상 경쟁사를 비롯한 다른 자동차 브랜드 이야기를 함부로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페라리는 람보르기니의 숙적. 성공한 사업가이자 스포츠카 마니아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의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했다가 “당신 트랙터나 잘 만들어라”는 모욕을 당한 뒤 이를 악물고 만든 회사가 바로 지금의 람보르기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페리니 수석 디자이너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다른 회사 이야기를 하면 안되지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며 “페라리가 어제를 본다면 람보르기니는 철저하게 미래지향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미래에 우리 차를 봤을 때도 앞선 디자인으로 보이도록 노력한다”며 “이번에 공개한 50주년 기념모델 베네노는 이런 브랜드의 지향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예”라고 설명했다.

베네노의 외관은 일반 도로를 달리는 양산차라기보다는 서킷 위를 달리는 레이싱카에 더 가까워보였다. 차체 뒤쪽의 커다란 리어윙과 곳곳에 뚫린 구멍은 ‘외계에서 온 차’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페리니 수석 디자이너는 “외관이 복잡하지만 모두 차가 잘 달리기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며 “람보르기니 디자인은 철저하게 기능을 우선시하는 바탕 위에서 완성된다”고 했다.

페리니 수석 디자이너는 2003년부터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2006년 무르시엘라고 LP640, 2008년 레벤톤에 이어 지난해 출시된 아벤타도르 LP700-4 등 남성의 가슴을 두드린 드림카들이 그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페리니 수석 디자이너는 “람보르기니는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가장 멋지고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최진석 기자 iskra@ha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