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매출 신선식품 비중 70~80%…현실화시 피해 불가피

대형 유통업체는 8일 서울시가 주요 신선식품을 포함해 대형마트 판매제한 품목 51종을 지정한 것에 대해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에 포함된 품목이 콩나물, 오이, 양파, 배추, 두부, 오징어, 생태, 쇠고기 등 대부분 신선식품을 사실상 망라한 셈이어서 실제 규제로 이어진다면 기존 영업제한 조치와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품목 지정 자체는 강제성이 없지만 다른 지자체로 분위기가 확산되거나 법제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51개 품목의 대부분이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으로 마트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군"이라며 "두부, 계란, 야채, 생선을 팔지 않으면 어느 소비자가 대형마트에 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신선식품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육박해 거의 절대적"이라며 "지식경제부에서는 가격을 추가 인하하라고 하고, 기획재정부는 유통구조를 혁신하라고 하고, 공정위는 담합을 조사하고, 여기에 서울시는 품목제한까지 하면 정말 질식사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런 식의 품목 제한은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정책"이라며 "소비자의 불편만 초래하고, 정작 반사이익은 법인이 운영하는 기업형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에만 돌아간다.

탁상행정의 정점을 찍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품목 제한 자체는 구속력이 없지만 서울시가 법 개정을 건의하고 지방의회 등에서 규제안을 마련하면 강제력이 생길 수 있는데다, 전통시장에서 이를 계기로 사업조정을 요구하면 제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형마트 강제휴무도 전주에서 조례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된 만큼 이번 품목제한 조치가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핵심 관계자는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이번 조치는 아예대형마트를 접으라는 것"이라며 "실제 품목제한이 현실화되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까지 영업규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산동에 거주하는 김모(33·여)씨는 "골목상권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식재로가 다수 포함된데다 강제조항도 아니어서 크게 효과는 없을 것 같다"며 "주요 식재료가 너무 많아 실효성은 제로같다"고 지적했다.

주부 이모(35·여)씨도 "규제할 것을 규제해야지 억지같다"며 "집 근처에서 장을 보려면 당장 크게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