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개발되고, 중국에서 생산돼 다시 유럽으로 수출되는 중국차가 2013년 제네바모터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 체리자동차와 이스라엘 투자가인 '이단 오퍼(Idan Ofer)'가 합작 투자한 '쿠오로스(Qoros)'의 3세단이 주인공이다. 전시 면적은 작지만 중국차의 유럽 진출 신호탄이라는 의미에서 3세단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칼럼]중국차, 유럽 시장 뚫을 수 있을까

중국 자동차회사들이 조심스레 유럽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중국 내 생산량이 포화를 맞으면서 중국 정부가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것. 중국 시장을 노리는 해외 업체에 시장을 모두 개방했지만 정작 중국 토종업체들의 완성차 수출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다는 점이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중국 자동차회사들은 틈날 때마다 해외 시장에 눈독을 들인다. 하지만 이들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해외 성공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일반 공산품도 그럴지언정 자동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최근 중국 완성차회사의 해외 진출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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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완성차업체의 인수합병이다. 이미 중국의 질리자동차는 볼보를 인수했다. 질리차는 이를 통해 해외 수출에 나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5년 상하이차도 쌍용차를 인수한 뒤 중국 정부에 쌍용차를 통한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둘째는 한국을 생산기지로 삼는 방법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대신 '메이드 인 코리아' 완성차에 자신들의 상표를 붙여 해외로 내보내는 전략이다. 지난 2011년 중국의 브릴리언트자동차가 전남 광양시에 완성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결과는 미미했지만 이런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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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해외 기술에 의존한 개발이다. 선진 기술로 개발을 완료한 뒤 중국 내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번 제네바모터쇼에 등장한 쿠오로스의 3세단이 대표적이다. 3세단은 BMW와 폭스바겐 엔지니어 출신들이 모여 디자인과 개발을 완료했고,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완성차 생산은 '메이드 인 차이나'지만 개발은 '메이드 인 유럽'을 표방해 '메이드 인 차이나'의 불리함을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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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쿠오로스는 유럽 엔지니어들이 참여에 따른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설명을 강조했다. 실제 전시장에서 자세하게 살펴보면 디자인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개선할 부분이 아직 많다. 특히 표면은 흠이 적다 해도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의 질감이 떨어진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어서 원가절감에 치중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예상 가격을 보면 수긍이 갈 수도 있다. 쿠오로스 관계자는 경쟁 차종을 묻는 질문에 "스코다와 기아차"라고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지목했다. 유럽 내 비교적 저가인 스코다가 1차 목표라면 그 다음이 기아차라는 얘기다. 가격을 묻자 "6월에 공개되며 경쟁차보다 분명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저가로 시작해 서서히 입지를 다져가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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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의 제품력을 고려할 때 중국차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차도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던 초기 지금의 중국차와 다르지 않은 이미지였다. 당시 일본차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한국의 시각에서 일본차는 경쟁 상대가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년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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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은 한국이 경험했던 기간의 절반이면 한국차와 경쟁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세계 최대 시장의 버팀목과 그 시장을 보고 손을 내미는 선진 메이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아서다. 3세단을 보면서 양이 많아지면 질이 변한다는 '양질전화(量質轉化)'를 떠올린 게 우연은 아닌 셈이다. 한국차, 이제는 뒤도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모터쇼 현장을 찾은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쿠오로스 무대를 자세하게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 지 궁금해진다.

제네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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