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국 자동차산업 40년···제2위기 맞았다
② 수입차 급성장, 국산차 업계 위협한다
③ 현대·기아차 도요타 제칠수 있을까
④ 2015년 한국 자동차 산업 향방은
⑤ 현대·기아차 글로벌 톱3 될까, 도요타-GM-폭스바겐 3강체제에 도전

수입 자동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국산차 업계가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던 10% 벽이 무너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불황으로 국산차 내수가 줄었으나 수입차 신규등록은 10% 이상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신차 10대 중 1대가 수입차다. 수입차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수입차 급성장은 국산차 업계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 제2 위기 맞았다 ②] 현대차, "수입차 공세 무섭다" … 수입차 점유율13%까지 치솟아

◆시장 개방 올해로 26년···수입차 얼마나 성장했나

수입차 시장 개방이 올해로 26년째를 맞았다. 수입차는 1987년 벤츠 시작으로 시장이 열렸고 2000년대 들어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서울 강남의 압구정, 청담 등 부촌 지역에는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오히려 더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차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한해 동안 1만6119대가 팔려 처음으로 연간 1만대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6년 4만, 2008년 6만, 2011년 10만 대를 넘어서 지난해 13만 대가 팔려나갔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향후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산차 대비 수입차의 장점은 제품 구성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BMW가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가짓수 모델은 70여종에 달한다. 벤츠와 아우디가 국내 시판중인 모델도 40가지가 넘는다. BMW 관계자는 "지난해 미니(MINI)를 포함해 11가지 신차를 냈다" 며 "올해는 8종의 새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내 1위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승용·RV 라인업이 13종에 불과하다. 한국GM은 9종, 쌍용차는 6종, 르노삼성은 4종씩 팔고 있다. 다양성이 떨어져 국산차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조사팀장은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완성차 회사보다 많은 신차를 투입하고 있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가격 인하로 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빠르게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수입차 성장 누가 주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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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수입차 확산의 결정적 역할을 한 브랜드는 렉서스와 혼다가 꼽힌다. 두 브랜드는 엔화 가치가 하락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간 베스트셀링 부문을 나눠 가졌다. 당시 엔저 효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인 일본차 업체들의 공세는 거셌다.

하지만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엔고로 일본차 메이커의 경쟁력이 떨어진 사이 독일차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벤츠와 BMW 등 독일차 브랜드와 젊은 층이 수입차 성장을 이끌었다. 일본차가 엔고, 대규모 리콜 등으로 판매 타격을 입으면서 추락한 반면 BMW, 아우디 등 독일차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모델로 판매 덩치를 키워 나갔다.

수입차 성장의 특징은 저배기량 및 디젤차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배기량 2000㏄ 미만 및 디젤차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46%, 80%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이 커질 때 초기 디젤 대응이 늦었던 점이 지금의 수입차 점유율 상승을 도왔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 제2 위기 맞았다 ②] 현대차, "수입차 공세 무섭다" … 수입차 점유율13%까지 치솟아
한·유럽연합(EU) 및 한·미 FTA 관세 인하도 수입차 점유율 상승을 도왔다.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잡고 판매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회사 BMR컨설팅의 이성신 대표는 "현대·기아차가 이달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 시행해 향후 생산성 유지가 관건이지만 노사 갈등이 잠재돼 있다" 면서 "차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공급이 줄어들면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는 반면 수입차 점유율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급성장에 국산차업계 '초긴장'

"요즘 아우디가 가장 무섭다." (2012년 7월 김충호 현대차 사장)
"돈 있으면 수입차 타는 일 당연한 거 아닙니까?" (2013년 1월 30대 직장인 강모 씨)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베스트셀링카 BMW 520d의 국내 열풍을 놓고 그 원인을 내부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520d가 속한 BMW 5시리즈는 올 1월 1668대가 팔려 현대차 제네시스(1152대)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에서 국산차가 수입차에 밀린 것이다.

에쿠스나 쌍용 체어맨을 타던 한국사회 상류층들이 수입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소득층은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차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억 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의 판매대수는 총 1만1028대로 전년 보다 약 11% 늘어났다. 현대·기아차가 긴장하는 이유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수입차를 타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 연예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뿐 아니라 중소기업 직원들도 BMW, 아우디, 폭스바겐을 몰고 다닌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예전처럼 주변 눈치 보면서 수입차 타는 시대는 지났다" 며 "돈 많은데 그냥 국산차 타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고 되물었다.

지난 1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3%까지 치솟았다. 국산차 5개사의 판매량이 전월 대비 평균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는 16% 늘어나는 등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독일 빅4 업체들이 모두 1조 원이 넘는 매출 실적을 올리고도 기부금이나 일자리 창출 등 우리 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저조한 실정이어서 향후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이남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경제 측면에서 보면 수입차 확산으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면서 "하지만 일자리 창출, 고용, 복지 등 자동차산업이 갖고 있는 고유 특성(전후방 연간 효과) 측면에서 볼 땐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균형적인 성장을 못해 발생하는 잠재적 손실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