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 내 연비 집단소송을 합의로 풀어나가기로 하면서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킨 현대·기아차의 연비 과장 논란이 고비를 넘길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가 연비를 과장해 소비자를 오도했다"며 소송을 냈던 미국 원고 측 변호인들은 현대차가 합의 조건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최종 합의가 됐다는 것이 아니라 원고 측과 합의를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합의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고 기아차도 아직 합의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진행 중인 소송을 끝까지 끌고가지 않고 합의를 통해 비교적 원만하게 해결하려 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는 점에서 일단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연비 문제가 불거졌을 때 현대·기아차는 미국 90만명, 캐나다 12만명 등 102만명에게 첫해 1인당 평균 미화 88달러, 이후에는 해당 차량의 보유기간까지 매년 77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보상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말 기업설명회(IR)에서 밝힌 북미 연비 보상을 위한 충당금은 각각 2천400억원, 2천억원으로 총 4천400억원 정도다.

이 충당금에 더해 환율 등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에 두 기업의 영업이익은 급락했다.

연비 문제가 이미 경영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된 셈이다.

실제 보상 비용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중고차 가치 하락에 따라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됐지만, 실제 영향은 미미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연비 오류에 대한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가 있었던 11월 현대·기아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각각 8%, 11% 증가했으며 올 1월에도 각각 2%대 증가해 환율로 미국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위협받는 상황에도 선방했다.

또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잔존가치 평가사인 ALG의 '2013 잔존가치상'에서 3개 차종으로 수상해 중고차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올해에도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쏘렌토R 가격을 올리며 '제값 받기' 정책 강화에 나섰다.

다만 이번 합의 협상으로 연비 논란이 해결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집단 소송과 별개로 미 정부의 연비 오류 발표 이전인 지난해 7월 현대차 차주와 시민단체 컨슈머 워치독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이 연비를 과장 광고했다"며 제기한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차주 48명이 법무법인을 통해 "현대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표시된 것보다 낮다"며 1인당 재산·정신적 손해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현대차 법무팀은 최근 소장을 받았으며 내달 법원 심리가 시작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연비 표시는 지식경제부의 고시에 따라 한 것으로 연비 규정을 해석하는 데 오류가 있어 보상을 했던 미국 사례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소송을 넘어 연비 논란으로 안방 시장에서 악화한 여론은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올해부터 공인연비 측정 기준이 달라져 대부분 차량의 공인연비는 기존보다 크게 떨어졌으며 국산 자동차 시장점유율 80%를 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은 특히나 비판적인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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