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의 ‘루즈앤라운지’를 ‘상아’와 독립된 독창적인 브랜드로 만들 겁니다. 뉴욕에서 살아가면서 일상 속에서 얻는 영감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두 브랜드가 아주 다를 순 없지만 루즈앤라운지만의 성격을 드러낼 생각입니다.”

임상아 디자이너(39·사진)는 “SK네트웍스의 뉴욕 지사와 계속 친분이 있었는데 ‘남의 시선 신경 안 쓰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을 위한 핸드백’이라는 콘셉트와 방향이 맘에 들어 참여하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SK네트웍스가 가방·신발 브랜드로 새로 내놓은 ‘루즈앤라운지’의 아트디렉터를 맡아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 오픈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루즈앤라운지는 고가의 명품과 같은 품질에 상대적으로 싼 가격대를 택했다. 럭셔리 브랜드와 컨템퍼러리 브랜드(유행에 민감한 현대적 감각의 브랜드) 사이의 ‘어드밴스드 컨템퍼러리’로 방향을 잡고, 뱀피 장어피 등 특수피혁으로 만든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을 메인 상품으로 내걸었다. 주력 제품인 각 잡힌 소가죽 가방 ‘트론’은 50만원대, 뱀피 신발 30만~40만원대, 뱀피가 들어간 ‘메종’ 가방은 140만~160만원대다.

임 디자이너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획서에 맞춰 착착 움직이는 조직력이 대기업의 장점이라면 한번 결정하면 아주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뮤지컬 가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선 유명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1995년 SBS 특채 탤런트이자 가수로 활동하다 1999년 뉴욕에 있는 패션전문학교 파슨스디자인스쿨에 들어갔다. 그는 2006년 자신의 이름을 딴 가방 브랜드 ‘상아’를 론칭했다. 클러치(지갑처럼 들고 다니는 작은 핸드백)가 주력 상품이었는데 비욘세, 패리스 힐튼, 제시카 심슨, 앤 해서웨이, 리한나, 애슐리 심슨 등이 애용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임 디자이너는 상아 브랜드의 성공에 대해 “디자인과 품질, 가격, 제작과정의 정확성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체크해야 할 5가지 사항, 사람을 뽑을 때 체크해야 할 점과 면접 매뉴얼 등도 직접 만들었다. 이메일 발송 체크리스트를 묻자 “기본적인 오탈자 체크는 물론 메시지의 명확성 등이 있는데 상아 브랜드만의 기밀 중 하나라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평소 좋아하는 어패럴(옷)로 상아 컬렉션 무대를 만들 것”이라며 “그 전에 상아 핸드백과 루즈앤라운지 핸드백을 잘 만드는 일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루즈앤라운지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신세계백화점 인천·영등포·충청점, 롯데백화점 본점에 매장을 낸 데 이어 오는 27일 롯데 잠실점, 28일 영등포점과 일산점을 열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