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태 진출·고속도로에도 출점
일부에선 '꼼수 출점' 비난도

신규 출점이 사실상 힘들어진 대형마트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활용해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불황을 견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와 규제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개인 슈퍼마켓을 상대로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대리점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홈플러스의 자체 상표(PB) 상품도 포함돼 있다.

현재는 한 곳에만 상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상품 공급처를 차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마트 역시 슈퍼 사업부문인 에브리데이를 통해 동네 슈퍼나 마트를 '상품 공급점'으로 지정, 제품을 공급하는 실질적인 도매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편의점 업체인 '위드미'에도 상품 공급을 검토한다고 밝혀,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편의점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기존 매장과는 다른 점포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4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 프리미엄 휴게소에 면적 2천300㎡ 규모의 새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체 취급 물품의 70%를 아웃도어 중심으로 구성해 의류 매장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은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점포 개설시 등록 신청 30일 전에 입점을 예고해야 하는데다 지역 상인들이 사업조정까지 신청할 수 있어 신규 출점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성장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를 받지 않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업체들이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는 최근 대형마트의 도매업 진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운동본부 측은 "대형마트의 도매업 진출은 60만명에 이르는 중소 도매 납품업자들의 시장을 뺏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도소매업을 몇몇 유통대기업들이 독과점하면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권이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도매상에 납품해야 하는 중소제조업체들도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동본부는 현재의 유통법·상생법으로는 도매업 진출을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