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퇴임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돌아갈 서울 논현동의 사저가 신축 완공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1023㎡ 대지에 지상 3층, 건물 연면적 661.2㎡ 규모의 집과 인근 경호동 건물 신축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며 조만간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7일과 11일 기자가 찾아갔을 때 집터를 둘러싸고 있던 공사가림막이 치워진 덕에 사저의 지상 2~3층 부분은 도로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3~5m 높이의 붉은색 벽돌 담장 너머 내부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1982년 현대건설 사장 시절부터 이 주택에서 거주했던 이 대통령은 2006년 6월 가회동으로 이사했다. 이후 둘째 딸 승연씨 부부와 막내인 외아들 시형씨가 이곳에 잠시 살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옛집을 허물고 퇴임 후 주거용으로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 사저는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큰 규모(건물 연면적 기준)로 지금까지 가장 넓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403.2㎡)의 1.6배에 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봉하마을 사저는 대지가 4261.1㎡로 가장 넓지만 건물 연면적은 370.2㎡로 김 전 대통령이나 이 대통령의 사저보다 작다.

청와대 측은 신축 설계도를 공개하면서 “기존 사저보다 보안을 강화하고 필요한 시설을 지어야 하는데 건축비가 부족해 자택을 담보로 농협에서 20억원 정도를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사저는 ‘기역(ㄱ)자’형 한 동이다. 인근 빌딩 꼭대기층에서 내려다 봤더니 건물 앞면에는 층마다 통창에 가까운 커다란 유리창을 달았고, 뒷면과 양 옆면 외벽은 시멘트로 마감 처리했다. 내부 모습은 보안상 문제로 청와대 경호처가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7년간 떠나 있던 집주인을 다시 맞이하는 사저는 현재 관리인이 없는 빈집이다. 빈집이지만 사전 보안 때문인 듯 벌써부터 경찰력이 대거 배치됐다. 올초 사저 인근에 7곳의 경호 초소가 세워졌고, 서울지방경찰청 2기동단 소속 의경 9~10명이 두 시간씩 교대로 24시간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자가 사저 대문 앞으로 접근하자, 경비 의경은 “보안시설입니다. 들어가거나 볼 수 없습니다”라며 곧바로 제지했다. 이후 사저 주변을 한 시간가량 둘러보는 동안 4명의 의경이 내내 기자를 따라 붙었다. 사저 담장에도 24시간 주변을 감시하는 폐쇄회로TV(CCTV)와 열 감지 카메라 10여개가 설치됐다.

사저에서 90여m 떨어져 있는 395.7㎡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건립된 경호동은 신축공사가 거의 끝났다. 경호동 부지 매입에는 38억2800만원이 들어갔다. 비용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고에서 지원됐다. 이 대통령 경호동 부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호동 부지 규모(1100㎡·매입비 2억5900만원)보다 작지만, 논현동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땅값 차이 때문에 가격차가 커졌다고 경호처는 밝혔다.

이 대통령의 ‘7년 만의 귀가’를 앞두고 인근 주민들은 “사저 주변을 감시하는 경호인력과 취재진이 몰려 동네가 너무 주목받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동네에서 7년째 식당을 운영해온 최모씨(56)는 “대통령이 돌아오면 통제가 더 심해지진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논현동에서 20년 살았다는 주민 김모씨(70)는 “이제 다 내려놓고 이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