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 10대 그룹 30개 계열사 작년 실적 따져보니

현대차, 환율 직격탄…사상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률 하락
LG, 전자·디스플레이 선방했지만 삼성과 여전히 큰 격차
롯데·포스코, 경기·업황 부진 시달려…한화, 태양광에 '발목'

‘12.8% vs 4.8%.’

삼성그룹 주력 3개사와 9대 그룹 주력 계열사 27곳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을 비교한 숫자다. 삼성 3개사가 1000원어치를 팔아 128원을 버는 동안 9대 그룹 계열사는 48원을 벌었다. 조사 대상 30개 기업 전체 매출의 25.4%, 영업이익의 48.7%를 차지한 삼성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국내 경제가 삼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삼성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룹 매출이 20% 이상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가 스마트폰·TV 등에서 선전하면서 부품을 만드는 전기, SDI, 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뛰어난 성적을 냈다.

삼성전자(76,500 +0.26%)의 실적은 눈부시다. 매출은 전년보다 21.9% 늘어난 201조1036억원, 영업이익은 85.7% 급증한 29조4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4%로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중 으뜸이다. 삼성물산의 매출(25조3260억원)과 영업이익(4903억원)은 각각 17.5%, 39.8%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전년보다 8.2% 늘어난 14조4895억의 매출에 11.4% 증가한 1조205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문제는 삼성전자 비중이 너무 높아 그룹 내 불균형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은 계열사 전체 매출(미집계)의 6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비중이 2011년엔 60.4%(273조원 중 165조원), 2010년엔 60.7%(254조6000억원 중 154조6000억원)였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삼성 주력 계열사 3곳은 머지않아 10대 그룹 주력 계열사 매출의 30%, 영업이익의 5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202,000 +0.75%)·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력 3인방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원화 강세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외화내빈’의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매출이 8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8조4370억원)은 전년보다 5.1% 늘었다. 기아차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9.4%, 0.7%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뚫고 자동차 판매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동차 모듈·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3개사의 영업이익률은 모두 떨어졌다. 현대차는 2011년 10.3%에서 작년 10%로 하락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0.6%포인트와 0.5%포인트 내려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일본 엔화가치가 하락한 게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LG(79,200 +1.41%)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부활’과 ‘선방’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선두업체 삼성과는 여전히 격차가 커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는 전자 부문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화학 쪽도 연착륙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매출이 전년보다 6%가량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1360억원으로 3790억원을 벌었던 2011년에 비해 200%가량 급증했다. TV·가전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아킬레스건이었던 휴대폰 사업도 흑자로 돌아선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1% 늘어난 29조4297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7분기째 이어졌던 적자 고리를 작년 3분기 끊어내며 지난해 9124억원의 흑자를 냈다. LG화학의 매출(23조2630억원)은 전년보다 2.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1조9103억원)은 32.2% 감소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 계열사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3%대로 전년(4.3%)보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원유값과 제품값의 차액) 약세가 이어진 탓이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늘리고 롱텀에볼루션(LTE) 고객 증가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 영업이익이 전년의 2조2956억원에서 1조760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롯데는 소비 침체와 정부 규제가 겹쳤다. 최대 계열사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25조8315억원)이 12.4% 늘었어도 영업이익(1조4679억원)은 13.4% 줄었다. 내수 부진과 대형마트 강제 휴업 등 규제가 영향을 줬다.

포스코(286,000 +0.53%)는 조선·건설업 침체와 철강 제품 공급 과잉 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4조3300억원)보다 35.6% 줄어든 2조7900억원에 그쳤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인 CEO포럼에서 “글로벌 과잉과 수요산업 침체로 제품값이 떨어진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겹쳤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90,000 -1.42%)은 업황 부진 탓에 영업이익이 4조5357억원에서 1조9932억원으로 급감했다.

GS(39,550 -0.75%)그룹은 최대 계열사인 GS칼텍스의 부진 여파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GS칼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09억원으로 전년(1조9490억원)보다 73.8% 감소했다. 한화(30,300 +0.50%)그룹 실적은 태양광에 발목을 잡혔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한화케미칼은 태양광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이익(1008억원)이 전년보다 69% 급감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이건호/서욱진/김현석/박해영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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