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신인류 PB족이 뜬다] '착한 가격'의 반란
[소비 신인류 PB족이 뜬다] '착한 가격'의 반란
유통매장에서 자체상표(PB)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PB인 ‘홈플러스 좋은상품 우유 1ℓ’가 1400원인 데 비해 같은 용량의 ‘서울우유’는 2300원, ‘남양 맛있는우유GT’와 ‘매일ESL우유’는 각각 2350원이다. PB우유가 제조업체 상표인 내셔널 브랜드(NB)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PB, 잇따라 NB 추월

롯데마트가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한 ‘통큰블록’ 완구도 가격 메리트가 돋보였다. 이 브랜드로 나온 4가지 상품 중 ‘동물친구들’ ‘공룡친구들’ ‘기차여행’은 각각 2만9000원, ‘전동기차놀이’는 4만9000원이다.

일반 블록 완구보다 구성품은 50% 더 많지만 가격은 오히려 50% 정도 싸다. 덕분에 작년 한 해 동안 ‘통큰블록’은 7만여개 팔리며 롯데마트에서 블록 완구 판매 1위 상품에 올랐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주부 이상민 씨(40)는 “프리미엄급 PB 상품도 비슷한 등급의 일반 제품과 비교해 맛이나 가격에서 메리트가 있다”며 “집으로 날아오는 쿠폰도 PB상품 할인 혜택을 주는 게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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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0.7%는 유통업체 PB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PB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74.6%로 나타났다.

구매하는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95.1%,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품질 만족’(43.9%), ‘찾기 쉬운 상품 위치’(37.8%) 등의 순이었다.

생산업체 제품인 NB상품을 누르고 1위에 오르는 품목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마트에선 ‘이마트 이맛쌀 20㎏’을 비롯해 화장지, 고무장갑, 건조대, 종이컵 같은 가정용품과 선풍기 등도 PB상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홈플러스가 만든 PB상품 ‘홈플러스 좋은상품 우유 1ℓ’는 지난해 연간 600만개가 팔리면서 매출 100억원을 넘어섰다. 홈플러스 매장 내 흰 우유 총 매출의 14%를 차지, 2위인 서울우유(8%)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롯데마트는 최근 PB 압력밥솥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작년 9월 선보인 ‘통큰 압력밥솥’이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에 2300여개가 팔려나가고 있다.

종전 한 달에 400여개 팔리던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기존 압력밥솥 가격보다 30% 정도 저렴한 19만9000원에 PB상품을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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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국 등 유통 선진국에서 PB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70년대로 파악된다. 1,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뜰소비 경향이 확산된 게 PB상품의 탄생과 성장에 결정적 배경이 됐다.

한국에선 이마트가 1997년 ‘이플러스 우유’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화장지 라면 섬유유연제 등 PB 생활필수품들을 잇따라 내놨다. 이후 식품, 주방용품, 유아동복, 패션잡화, 애완용품까지 품목을 대거 확대해 19개 브랜드, 1만8000여개 품목으로 늘렸다. 2009년에는 PB상품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가격과 품질을 기준으로 ‘베스트’ ‘이마트’ ‘세이브’ 등 3가지 등급으로 차별화했다.

홈플러스도 1만3000여개 아이템에 달하는 PB를 3등급으로 구분해 ‘홈플러스 프리미엄(베스트)’ ‘홈플러스 좋은상품(베터)’ ‘홈플러스 알뜰상품(굿)’ 등의 상표를 붙여 매장에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세계적 PB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데이몬사와 손잡고 PB전략 수립 및 상품개발, 마케팅, 품질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PB상품의 효용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유통업체는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 제조업체는 유통업체의 해외 판로를 활용할 수 있어 ‘윈윈’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