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발사 일정 연기와 두 차례의 발사 실패를 딛고 나로호(KSLV-I)가 드디어 오는 30일 다시 발사대에 선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28일 로켓에 대한 기술적 점검 결과나 기상 예보 등으로 미뤄 예정대로 30일 나로호 3차 발사를 시도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를 향한 우리 국민의 10년 염원과 좌절, 기다림에 나로호가 이번에는 멋진 비상으로 답할 수 있을까.

◇10년동안 5천200억 들어..2009~2010년 두 차례 '고배' = 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로켓) 나로호는 1단(하단.액체엔진)과 2단(상단.고체엔진)으로 구성된 2단형 발사체다.

1단(25.8m)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2단(7.7m)은 항공우주연구원이 각각 만들었다.

지난 2002년 8월 시작된 나로호 개발 사업에는 지금까지 총 5천205억원의 사업비가 들었고, 대한항공·한화·삼성테크윈·한국화이바 등 150여개 기업과 45개 대학·연구소가 참여했다.

지난 2009년 8월25일 나로호는 100㎏급 나로과학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는 임무를 띠고 처음 발사됐으나 위성 덮개(페어링)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데 실패했다.

2010년 6월10일 2차 발사에서도 나로호와 지상국과의 교신은 137초만에 끊겼다.

비행종단시스템(FTS;Fight Termination System) 오작동에 따른 고체연료 폭발, 1단계 산화제 누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3차 발사도 고무 링·과전류 때문에 잇따라 연기 = 2차 실패 후 다시 2년여의 준비 끝에 나로호는 지난해 10월26일 다시 3차 발사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발사를 4~5시간 앞두고 준비 과정에서 뜻밖에도 링 모양의 고무 실(Seal) 부품이 나로호의 발목을 잡았다.

연료·헬륨 공급을 위한 발사체-발사대 연결부위(어댑터 블록)의 기체 밀봉용 실이 찢어진 것인데, 사후조사 결과 헬륨가스 공급 과정에서 '어댑터 블록' 부품 자체가 접합부와 분리되면서 틈이 생기고 실도 파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나로호는 러시아로부터 공수한 새 어댑터 블록을 장착한 뒤 지난해 11월 29일 다시 발사대에 섰다.

그러나 3차 발사 두 번째 시도에서도 발사 예정 시각을 불과 16분여 앞두고 과전류 문제로 카운트 다운이 중단됐다.

분석 결과 추력방향제어기(TVC) 내부에서 발생한 과도한 전류는 TVC를 구동하는 유압모터 제어기 고장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고장 원인은 제어기 내부 축전기의 합선으로 추정됐다.

앞서 1·2차 발사 과정에서도 나로호의 발사 일정은 다양한 이유로 수 없이 바뀌었다.

1차 발사의 경우 1단(하단) 제작을 맡은 러시아측의 잦은 일정 변경으로 나로호 개발완료 시점이 두 번 수정됐고, 이후 발사예정일도 네 차례나 조정됐다.

당초 2008년말로 잡혔던 발사예정일은 발사대시스템 설치 지연 등으로 2009년 2분기로 늦춰졌고, 다시 로켓 성능시험 문제 때문에 한 차례 연기됐다.

이후에도 발사예정일은 1단 로켓 연소시험 문제 등 기술적 이슈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세번째, 네번째 조정을 거쳤다.

같은 해 8월 19일 발사 예정일에는 오후 5시 발사 시각을 불과 7분 56초 남기고 자동시퀀스(자동카운트다운) 과정에서 헬륨가스 압력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사가 돌연 중지되기도 했다.

결국 1차 발사는 엿새 뒤인 25일 이뤄졌다.

2차 발사 당시에도 2010년 6월 9일 발사 예정일에 추진제 주입에 앞서 산화제 공급라인 냉각 작업 중 오후 1시 52분께 발사대 소화장치의 오작동으로 소화용액이 뿜어져 나와 오후 2시 2분께 발사운용이 중지됐다.

이처럼 나로호가 계속 실패와 연기를 거듭하는 동안 북한은 작년 12월12일 장거리로켓 '은하3호'를 발사한 뒤 광명성3호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1·2차 발사 실패 요인 보완..날씨 '이상 없음' = 이처럼 사연 많은 나로호가 30일 '마지막' 도전에서는 과연 제대로 날 수 있을까.

일단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은 두 번의 실패와 지난달 발사 연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나 취약점은 대부분 손을 본 상태다.

1차 때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실패의 원인이 된 페어링(위성덮개)의 경우 2차 발사 전 10차례의 실제 분리 시험과 400회에 걸친 단위 부품 및 시스템 시험을 통해 문제를 개선했다.

2차 발사 실패 이후 추가 조치로 페어링 분리에 사용되는 기폭장치도 더욱 안전한 저전압 방식으로 바꿨다.

작년 3·5·8월에 진행된 저전압 페어링 분리시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차 실패 원인 조사에서 고체 연료 폭발 원인으로 추정된 비행종단시스템(FTS;Fight Termination System)은 아예 떼어버렸다.

FTS는 비행 궤적이 바뀌는 만일의 상황에서 민가 피해 등을 막기 위한 자폭 장치이지만, FTS를 제거해도 사실상 안전에 거의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26일 문제를 일으켰던 어댑터 블록은 새 것을 교체됐고, 같은해 11월 29일 과전류 현상이 발견된 유압모터 제어기 뿐 아니라 나로호 상단(2단)부의 모든 전원분배장치까지 바꿨다.

또 다른 변수인 기상 조건도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

교과부측에 따르면 기상청 주간예보상 발사예정일인 30일 전남 지방에 비·눈이 온다는 예보는 아직까지 없다.

기온도 큰 영향이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기온이 영하 10℃~영상 35℃ 사이라면 발사가 가능한데, 남쪽에 위치한 고흥 나로우주센터 지역의 경우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강풍이 불거나 비·눈이 많이 내리는 경우만 아니면 발사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경윤 기자 shk999@yna.co.kr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