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중형 세단의 전성시대다. 돌풍의 핵심은 일본 ‘빅3’ 브랜드다. 지난해 베스트셀링 모델 2위에 오른 도요타 캠리와 올 연말 이 자리를 노리는 닛산 알티마 5세대, 혼다 어코드 9세대 모델이 각각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현대차 그랜저가 벌벌 떨 만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난해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와 포드 올 뉴 퓨전도 출사표를 던졌다. 독일과 미국의 자존심을 걸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홈런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둘 다 미국산인 걸 알아두시길.

○포드 퓨전…멋진 디자인, 주행성능 무난

퓨전은 1세대와 달리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디트로이트모터쇼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포드가 ‘원포드’ 전략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작심하고 개발했다. 멋진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물론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애스턴마틴과 닮은 부분이 있다.

디자인이 기존의 다른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건 그리 맘에 들지 않지만 대당 수억원짜리 애스턴마틴을 닮은 차를 3000만원대에 소유할 수 있다면 분명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부분의 6각형 대형 라디에이터그릴과 측면 쿠페 스타일의 실루엣은 애스턴마틴의 그것이다. 멋진 외관에 비해 실내 디자인은 평범했다. 메탈, 우드 재질을 곳곳에 부착했지만 일본의 정갈함이나 유럽 특유의 감성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포드의 장점은 승차감에 있다. 안락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느 차를 타도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주행성능까지 더하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진 못했다. 시승 내내 접지력이 약하다는 걸 느꼈고 코너링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엔진은 2.0ℓ와 1.6ℓ 에코부스트 두 종으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2.0ℓ였다. 직렬 4기통이며 최고 출력 234마력, 최대 토크 37.3㎏·m의 성능을 낸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은 높이는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했지만 꽤 높은 출력과 토크에도 불구하고 치고 나가는 맛이 부족했다. 가랑가랑한 배기음이 듣기 나쁘지 않았다. 소음이 억제돼 있었는데 좀 더 크게 들렸으면 다이내믹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했지만 실제 연비는 6.4㎞/ℓ로 복합연비 10.3㎞/ℓ보다 훨씬 낮았다.

○디자인 심심 파사트…주행성능은 ‘만족’

‘오리지널 저먼’을 강조하지만 국내엔 미국산이 들어온 신형 파사트는 7세대 모델이다. 풀체인지(전면 변경) 모델치곤 디자인의 변화가 심심하다. 많이 변한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확 바뀐 퓨전에 비해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어 대조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세단인 페이톤과 비슷하다. 심플한 디자인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지만 안정적인 이미지와 싫증나지 않는 매력이 있다.

차량 앞부분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 6세대의 4줄에서 3줄로 줄었다. 선이 간결하면서도 강직해 보였다. 차체는 6세대보다 103㎜ 더 길어졌다. 유럽산과 달리 미국산은 길이를 늘려 내부 공간에 여유를 더 줬다. 뒷좌석에 다리를 놓는 레그룸이 75㎜ 커졌다. 트렁크도 이전 모델보다 44ℓ 늘어난 529ℓ로 골프가방 4개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덩치가 커진 만큼 주행할 때 둔한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쉬웠다. 인테리어는 우드그레인을 중심으로 직선 위주의 간결하면서도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단단함이나 깔끔함은 퓨전보다 나아보였다.

승차감은 무난했다. 착좌감도 좋았고 정숙성도 돋보였다. 2.5ℓ 5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24.5㎏·m의 성능을 갖췄다. 출력과 토크 모두 퓨전보다 크게 낮았지만 실제 주행에선 부족함이 없었다. 핸들링과 코너링은 차체가 길어졌음에도 퓨전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미국차의 연비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지만 파사트와 퓨전의 복합연비는 10.3㎞/ℓ로 같다. 파사트와 퓨전 모두 변속기에 일반모드와 스포츠모드,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가 달려 있다. 퓨전보다 파사트가 일반과 스포츠모드를 확실히 차별화했다. 가격은 퓨전 3765만원, 파사트 3750만원이다. 취향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겠지만 결제할 금액에는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