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3일 오전 6시13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기획부도’ 논란에 휩싸였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해 9월26일 웅진그룹이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인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계열사 차입금을 갚고, 부인이 보유 주식을 일부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회장은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였지만 100여일 만에 관련 혐의를 벗게 됐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조사한 한영회계법인은 최근 결과 보고서를 법원과 채권단에 제출했다. 결과는 대부분 ‘혐의 없음’이었다. 앞서 법원은 웅진홀딩스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동시에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한영회계법인을 조사위원으로 선정했다.

기획부도 의혹을 낳은 계열사 차입금 조기상환은 웅진코웨이를 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극동건설 채권자들이 담보로 잡고 있던 코웨이 주식을 되찾아 오기 위해 계열사에서 급전을 빌렸고, 이를 예정대로 상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법정관리 신청 전에 웅진홀딩스의 여유자금을 의도적으로 계열사로 옮긴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 씨가 작년 9월24~25일 웅진씽크빅 주식 4억원어치(4만4000주)를 판 것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은 아내에게 법정관리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김씨도 윤 회장과 상의 없이 주식을 판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김씨가 벌어들인 차익이 5000만원에 불과한 점도 참작됐다.

채권단도 한영회계법인이 제출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부인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부인권이란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재산을 숨기거나 일부 채무자에 대해 편파적으로 차입금을 갚았을 경우 원상 회복을 명령하는 권한이다. 부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채권단이 웅진그룹 사태를 ‘기획부도’로 보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조사보고서와 채권단의 결정으로 윤 회장은 불명예를 씻었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30여년 만에 연매출 6조원짜리 대기업을 일군 윤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한순간에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전락했다. “경영주로서 경영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자 했던 진심을 믿어달라”는 윤 회장의 호소는 비난 속에 묻혀버렸다. 윤 회장은 임직원에게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메일을 남기고 회사를 떠났다.

후유증은 웅진그룹 계열사에도 남았다. 한 법정관리 전문가는 “회사가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법정관리의 핵심”이라며 “웅진그룹의 경우 결과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의혹과 비난으로 인해 회사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