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이렇게 빨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을 줄 몰랐다.” “솔직히 파나소닉이 쓴 방법이 OLED TV 양산에 가장 유리할 것 같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이 OLED TV를 잇따라 공개한 뒤 삼성전자와 LG전자 고위 관계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일(현지시간) 개막해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이 한국 TV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가 허를 찔린 표정이었다.

공식 자리에선 “예상했던 일”이라고 담담해했지만, 사석에선 “놀란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소니 OLED TV는 너무 뚱뚱하다”거나 “파나소닉은 TV가 아닌 패널만 공개했다”고 폄하하다가도 “이렇게 빨리 쫓아올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CES에선 “당분간 OLED TV는 한국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며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삼성과 LG만 OLED TV를 내놨을 뿐, 소니와 파나소닉은 엄두도 내지 못해서다. 1년 새 상황은 달라졌다. “2~3년 걸릴 것”이라던 소니가 1년 만에 OLED TV 시제품을 들고 나왔다. 그것도 삼성·LG 제품보다 4배 더 선명한 4K OLED TV였다.

기술 수준도 뒤지지 않았다. 한국 업체들이 OLED TV를 개발한 뒤 유기물을 패널에 앉히는 증착 과정이 불안해 양산을 하지 못해온 것과는 달리, 파나소닉은 프린팅이라는 새 카드를 선보였다.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물을 찍어내는 듯한 안정적인 방법으로 불안정한 증착 문제를 해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에 차 있었다. 작년 4월 CEO로 취임할 때만 해도 그는 “소니는 그동안 결단이 늦었고 방향이 없었다”며 반성문을 쓰기에 바빴다. 이번엔 전 세계 기자들에게 “소니는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공언하며 부활의 선봉장으로 TV와 휴대폰을 지목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자에서 소니가 새로 내놓은 5인치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를 ‘CES 2013의 5대 스타 제품’으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히라이 CEO를 인터뷰하면서 소니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일본 ‘전자왕국’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정인설 라스베이거스/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