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가장 핵심이 되는 결정 변수는 바로 수급이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제 아무리 호재성 재료와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하는 종목이라 할지라도 주요 투자 주체들의 수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예컨대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긍정적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도로 추세가 훼손된 종목을 살펴보면 후에 긍정적 실적 전망에 반하는 ‘어닝 쇼크’가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종목 발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은 시장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 놓고 투자전략을 수립한다. 개인보다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개인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수급의 흐름을 살피는 것이다. 수급을 분석하면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비밀 코드’를 읽는 게 가능하다.

한국경제TV의 와우넷 VIP 회원 방송을 진행하면서 종목 발굴 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수급에 대한 것이다. 이는 ‘수급의, 수급에 의한’ 종목 발굴만이 험난한 주식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며 생존할 수 있는 핵심 비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급을 보고 투자를 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기관과 외국인 등 주요 수급 주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종목이라도 과열 상승 패턴을 보이면 투자 시 손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사면서 과열상승한 종목은 언제라도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시켜 가혹한 주가 조정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실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종목에 대한 상승 파동과 수급 데이터 연구에 몰입해 왔다. 그 결과 주요 주체의 강력한 매수 트렌드가 확인된 종목 가운데 급격한 가격 조정을 거치고, 횡보형 패턴을 만들며, 주요 지지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종목을 공략해야 큰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주식의 사이클상 바닥권 매집 국면에서 지나치게 일찍 선행적 매집을 할 경우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긴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이 같은 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과열 상승 국면에서 추격매수를 하게 될 경우에는 매수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심리가 훼손될 수밖에 없어 올바른 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1차 상승 파동 후 충분한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종목 중 투자대상을 찾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눌림목 패턴’을 만드는 구간에서 단기 바닥을 확인하고, 그 구간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을 공략했을 때 확률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종목을 찾으면 본격적인 기업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기업분석의 핵심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무엇보다 시장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최근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및 직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

또 신제품 개발과 설비 증설을 통해 외형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최소 3년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성이 담보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익성·성장성·안정성 등 주요 재무지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최근 6개월의 핵심 뉴스 흐름을 명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각종 돌발 악재와 미래에 발생 가능한 이벤트 정리가 가능하다.

이런 종목 발굴 절차를 거쳐 최근 추천한 대표적 종목이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이다. 게임빌을 추천한 것은 작년 8월8일이다. 당시 주가는 7만9000원이었다. 게임빌은 작년 11월21일 장중 14만7600원까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다른 종목으로는 유아이디가 있다. 작년 10월19일 주가 7700원 안팎에서 추천했다. 종목 추천 후 한 달여 만인 11월22일 장중 1만1300원까지 상승했다.

이 밖에 미래나노텍은 작년 8월24일 7500원 인근에서 추천을 한 뒤 11월8일 장중 14만560원까지 반등했다. 작년 9월11일 추천한 한올바이오파마는 660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11월6일 장중 1만100원까지 상승했다. 화일약품 라이브플렉스 롯데삼강 한국콜마홀딩스 등도 충분한 가격 조정을 보인 뒤 횡보하는 구간에서 수급과 기업 분석을 기반으로 추천한 종목들이다.

주식은 웅장하고 거대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다. 주식 투자자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의 심정으로 좋은 주식을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