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경쟁사 직원 좀 쫓아내세요.”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갑자기 직원을 부르며 소리쳤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3의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전 10시 개막과 함께 유럽지역 최대 가전유통망인 유로닉스의 한스 카펠스 최고경영자(CEO)와 매장을 둘러보던 이 관계자의 눈에 한 경쟁사 직원이 새로 출시한 LED(발광다이오드) TV 신제품의 옆면을 자로 재는 모습이 들어왔던 것.

이날 세계 최초로 공개한 커브드(곡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앞에서는 ‘들어가지 말라’고 쳐놓은 줄을 밀고 들어가 TV 뒷면을 몰래 촬영하고 있는 해외 경쟁사 직원을 발견했다. 그는 이번엔 줄을 앞으로 당겨 TV 뒷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국내 경쟁사든 중국 업체든 3개월만 지나면 바로 쫓아온다”며 “혁신적인 제품을 내고 싶어도 하도 베껴대서 전시회에 내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매번 전시회가 끝나면 전시 제품부터 전시회장의 배치까지 모두 베껴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또 “왜 스스로 개발은 안 하고 남의 것만 베끼려 드는지 모르겠다”며 앞서가는 1등 업체로서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날 오후에도 삼성 매장엔 중국 H사 직원 4명이 삼성 신제품의 옆면과 뒷면 등을 캠코더로 촬영해가고, 새로 나온 베젤을 두드려보며 디자인과 소재 등을 확인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 같은 중국 가전업체 직원들의 모습은 LG전자 매장에서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