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정하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결정이다. 세속국가 질서하에서 종교인도 엄연한 국민이고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종교인 과세는 너무도 당연하다. 사실 그간 종교인에 세금을 물리지 않았던 것이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현행법 어디에도 종교인 비과세를 정한 곳이 없는데 단지 공익에 기여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관행적으로 세금을 걷지 않아왔던 것이다. 정치인들이 종교계 표를 의식하느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던 것도 비과세가 유지됐던 속사정이다.

하지만 외국에도 성직자에게 면세혜택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과세를 미룰 어떤 명분도 없다. 우리가 본란에서 여러 차례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지적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왔고 대한성공회도 지난해 6월 모든 사제가 소득신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기독교 불교 역시 성직자 납세에 전향적이어서 여건도 성숙됐다. 일반 국민들은 65%가 찬성할 정도다. 게다가 종교계의 세습과 매매 수익사업 등이 비일비재한 마당에 비과세 특권을 유지할 이유는 전혀 없다.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물리더라도 어차피 80% 이상이 면세점 이하여서 실질적인 세부담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세금을 낸 신도들의 헌금에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이런 논리라면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의 소득에도 세금을 매길 수 없다. 남은 문제는 어떤 세금을 부과하느냐다. 일부 종교인들은 종교 활동을 ‘근로’라고 볼 수 없다며 근로소득세를 내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모양이다. 정 그렇다면 다른 이름을 붙이더라도 근로소득세와 같은 세율로 과세하면 그만이다.

모처럼 정부가 의지를 보인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종교인 과세를 관철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종교단체의 수익사업에 대해서도 제대로 과세하고, 종교 기부금 소득공제는 여러 잡음이 있는 만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