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비밀병기는 오는 14일 개막하는 ‘2013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첫 공개할 4도어 쿠페 ‘HCD-14’. HCD는 현대 캘리포니아 디자인(Hyundai California Design)의 약자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물이 흐르는 듯한 조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에서 한 단계 진화한 컨셉트카로,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컨셉트카 HCD-14의 예고(티저) 사진을 9일 공개했다. 기존의 굴곡이 두드러진 장식선보다 한층 절제된 직선이 눈에 띈다. 유선형 디자인이긴 하지만 선을 정돈해 반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다. HCD-14는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4도어 쿠페스타일 세단이다. 아우디 A7과 포르쉐 파나메라 등 4도어 쿠페스타일 세단을 벤치마킹했다. 지붕이 앞에서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의 특성을 반영했다.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공기역학적인 설계이기도 하다.

이번 캘리포니아 디자인은 현대차 북미디자인센터의 크라스토퍼 채프먼 수석 디자이너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프먼은 BMW 출신으로, X5와 X3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준중형 해치백 1시리즈의 디자인을 담당했으며, 2010년 말 현대차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장점인 역동성을 계승하면서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 디자인을 반영한 신모델은 2014년께 출시될 전망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컨셉트는 HCD-14를 비롯해 2015년께 출시할 예정인 제네시스 콤팩트 세단 등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콤팩트 세단은 BMW 3시리즈를 겨냥한 후륜구동 모델이다.

현대차는 HCD-14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제네시스급 대형 세단으로 후륜구동을 채택했으며 역동적인 디자인에 걸맞은 주행 성능이 강점이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상세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출력 334마력짜리 3.8ℓ 엔진을 얹은 모델이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 모델에 운전자가 손짓을 하면 센서가 감지해 차량을 통제하는 ‘제스처 기반 컨트롤’ 시스템을 적용키로 했다. 이런 기술이 자동차에 활용되는 건 HCD-14가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4륜구동을 시작으로 HCD-14, 제네시스 콤팩트 세단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2015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제네시스 모델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