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1~3월) 전·월세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입주 물량은 3만2526가구로 작년 1분기(3만7581가구)는 물론 최근 4년(2009~2012년)과 비교해서도 가장 적다. 일반적으로 국내 아파트는 완공 이전에 분양되기 때문에 분양 물량보다는 공사가 끝난 상태의 입주 아파트 물량이 전세·매매시장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입주 물량이 많으면 매매·전셋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적으면 그 반대다. 1분기 국지적인 전세난이 우려되는 이유다.

전세 계약이 끝나는 가구가 1분기에 몰린 점도 부담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 계약이 끝나는 가구는 35만906가구로 작년 1분기(34만1500건)보다 3% 가까이 많다. 특히 3월은 작년(12만6806건)보다 10% 이상 많은 14만1587건의 전·월세 재계약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도 2·3월 전세 재계약 가구가 각각 2만5000가구로 월평균(2만가구)보다 5000가구가량 많다.

월별로 편중된 입주 물량도 변수다. 서울·경기는 각각 올해 입주 물량의 43%와 39%가 4분기(10~12월)에 집중돼 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은 “지역별·시기별 수급상황에 따라 전세 가격 움직임이 크게 달라진다”며 “지역 상황에 따라 전세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은 줄어들지만 매매 가격 상승세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데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미국과 유럽 등 대외경기 상황이 불확실한 점등도 매매수요 증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거래 회복과 집값 상승의 ‘모멘텀’으로 인식돼온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를 돌파했지만 매매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광주와 대구 등 지방 광역시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일부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는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곳도 등장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비슷한 상황에서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매매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전세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 취득세 감면 추가 연장과 같은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집을 매입해 이사를 가는 등 연쇄적으로 거래가 발생하는데, 지금은 매수·매도자 모두가 꼼짝 못하고 멈춰 있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