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인천터미널 부지를 놓고 연초부터 격돌하고 있다. 이 부지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임차해 있는 곳으로, 인천시는 재입찰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 부지를 인수하기 위한 전담 자회사를 앞세워 ‘필승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투자개발 지분 100%를 확보해 지난 2일 계열사로 편입했다. 신세계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세계투자개발은 인천터미널 부지 인수를 위한 투자주체 법인”이라며 “광주점 등의 부지 인수에도 적극 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그룹 경영전략을 ‘포괄적 투자’에서 ‘지키는 투자’로 원칙을 바꾼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의 인천터미널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승인 심사 대상이라고 통보한 것도 신세계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미 인천에서 2개 백화점을 운영 중인 롯데가 지역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롯데도 지난달 28일 ‘롯데인천개발’이라는 법인을 만드는 등 인천터미널 부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자금력 우위를 앞세워 인천터미널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성자산 2조392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합친 현금성자산은 1420억원에 그친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점이 들어선 센트럴시티를 인수하는 데도 1조250억원을 썼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자금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인천터미널 부지를 롯데에 넘기려는 인천시 매각 절차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인천시의 공식적인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지는 남아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9월 인천터미널 부지 및 건물을 롯데쇼핑에 8751억원에 매각하는 투자약정(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매각이 이뤄지면 연간 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형 점포인 인천점을 임대차계약이 끝나는 2017년 롯데에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인 신세계가 법원에 매각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천지법이 지난달 26일 신세계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리면서 롯데의 인수작업에 제동이 결렸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근 “인천터미널 부지 매각을 재공모할지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며 “이번 기회를 제값 받고 재산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해 재입찰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천시가 롯데로부터 매매대금으로 받기로 한 8751억원 가운데 6000억원을 내년 본예산 세입에 반영했기 때문에 다시 법정절차를 밟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재입찰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유의 신세계 광주점 부지에 대해서도 나란히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인천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