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TV’로 불려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대가 열렸다. LG전자는 2일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출시하고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TV업계 2위인 LG전자가 1위 삼성전자에 앞서 OLED TV를 내놓는 데 성공함에 따라 11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 1일 에어컨 신제품에 이어 2일 OLED TV를 선보이는 등 올 들어 ‘시장 선도’를 위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 OLED TV 전격 출시

LG전자는 이날 백화점 등 전국 32개 매장에 55인치 OLED TV를 전시하고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대당 1100만원이다. 백화점 베스트샵 하이마트 등 전국 1400여곳에서 구입 신청을 접수하며, 다음달 초부터 배송한다. 올해 1분기 중 북미·유럽 등 해외에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OLED는 LCD(액정표시장치) TV의 뒤를 이을 차세대 TV로 부상하고 있다. 유기물이 스스로 빛을 내 광원(백라이트)이 필요없고, 응답속도도 LCD TV보다 1000배 이상 빨라 화질이 뛰어나다. LG전자의 OLED TV는 스마트폰보다 얇은 4㎜의 두께에 무게는 10㎏에 불과한 초슬림·초경량 제품이다.

OLED 출시로 한국은 글로벌 TV 시장에서 일본,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지난해 5월 공동개발에 나섰지만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격차가 2년가량 벌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삼성, 긴장 속 “서둘러 될 일 아니다”

OLED 기술은 삼성이 2007년 세계 최초로 양산화했다. 10인치 이하의 모바일용 패널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해왔다.

지난해 초엔 미국 가전쇼(CES 2012)에서 55인치 TV 시제품을 내놓았는데, LG도 같은 행사에서 55인치 TV를 전시하며 단숨에 격차를 좁혔다. 삼성은 적녹청색을 띤 유기물을 유리판에 증착해 색을 표현하는 RGB 기술을 채택한 반면, LG는 유기물 위에 컬러필터를 씌워 색을 내는 WRGB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양사는 이후 치열한 양산기술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엔 삼성이 LG를 기술유출 혐의로 고소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양사는 그동안 양산화 과정에서 △낮은 수율 △발열 △수명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오다 이번에 LG가 먼저 제품을 내게 됐다. 삼성은 긴장하면서도 “아직 어떤 회사도 완벽한 양산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담당 사장은 “OLED는 새로운 디스플레이인 만큼 품질이 완벽해야 한다”며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LG “공격 앞으로”

LG는 지난 몇 년간 모바일, TV 등에서 삼성에 밀리며 2등 이미지가 굳어져왔다. 그러나 올 들어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1일 에어컨 30여종을 미리 선보이며 통상적인 출시 시점(2월 중순)을 한 달여 이상 앞당겼다.

OLED TV도 낮은 수율 등의 문제로 2분기 이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깼다. 구본무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시장선도 제품으로 승부해야 어떤 상황에서도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시장 선도론’을 다시 화두로 꺼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자신이 있으니까 내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LG는 OLED TV에 대해 5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