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졌다…40대 김경배, 글로비스 사장
여성시대…채양선·백수정 등 女임원 발탁
‘위기 대응, 성과 보상, 품질경영, 영업 역량 극대화.’

현대자동차그룹이 28일 발표한 정기 임원 승진 인사에 담긴 내년 경영 코드다. 그룹을 긴축·비상경영 모드로 바꿔 위기에 먼저 대응하고 품질경영 및 국내외 영업 강화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헤쳐 나간다는 전략이다.

▶인사명단

성과를 낸 임원들에게 보상하고 실적이 부진한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성과주의 원칙도 반영했다. 현대차(197,000 -1.50%)그룹 관계자는 “올해도 실적은 좋지만 내년 상황이 만만치 않아 승진 파티를 벌일 때가 아니라는 게 정몽구 회장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최악 상황 대비한 위기 돌파 인사

현대·기아차(79,000 -1.37%)는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연말까지 세계 시장에서 705만~71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목표(70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임원 승진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은 내년에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경기 악화와 원·달러 및 원·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현대차 국내외 판매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내년 주간 2연속교대제 실시에 따른 국내 생산량 감소와 임금 및 단체협상, 비정규직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40대 김경배 사장 발탁

피터 슈라이어(59)와 김경배 부사장(48)을 각각 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잘 보여준다.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책임자를 지낸 그는 2006년 8월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로 영입돼 기아차를 새로운 스타일로 탈바꿈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김 사장은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실적 개선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글로비스는 올해 11조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9조5000억원)보다 실적이 크게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조원이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현대모비스 인사실장, 현대차 경영지원실장·글로벌전략실장을 거쳐 2009년 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10년 동안 일했고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품질경영, R&D, 영업 역량 강화

품질경영을 위한 연구·개발(R&D) 능력 및 글로벌 영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인사의 특징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의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8명은 대부분 이 분야와 관련된 인물이다.

박정국 현대차 성능개발센터장, 오병수 품질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올라가 현대차의 R&D와 품질경영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임탁욱 현대차 유럽법인장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판매량 증가를 이끌어낸 점을 인정받았다.

김창식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기아차 내 대표적인 국내 영업통으로 꼽힌다.

◆젊은 이사급 대거 발탁

초임 임원인 이사대우 승진자 비중이 전체의 36.4%(138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48명은 연차를 떠나 성과와 향후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발탁인사를 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올해 발탁인사는 지난해 38명에 비해 26.3% 늘었다. 이날 인사에서 상무 이상 승진자가 116명인 데 비해 이사와 이사대우(연구위원 3명 포함)로 올라간 인원은 263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능력과 실적이 뛰어난 부장급을 이사대우로 대거 승진시켰다”며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조직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로 여성 임원 3명을 승진시킨 것도 눈에 띈다. 현대캐피탈 브랜드1실장을 맡고 있는 백수정 이사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사업관리팀을 맡고 있는 김원옥 이사대우다. 백 이사는 현대카드의 슈퍼콘서트를, 김 이사대우는 카타르, 사우디 등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여성 임원은 6명으로 늘었다.

이건호/최진석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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