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동에 있는 치킨주점 'DJ봉닭이'는 1970~1980년대 청년문화의 산실이었던 음악다방을 재현해낸 복고풍 음악주점이다. 매일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DJ가 신청곡을 받고 사연과 함께 음악을 들려준다. 주로 1980~1990년대 가요 위주로 신청곡을 받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20대를 겨냥해 최신가요도 틀어준다. 고객 연령대는 복고풍 감성에 호응하는 40~50대 중년층부터 20~30대 청년층까지 다양하다.

최윤희 사장(48·사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영상물 대여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왔다. 그는 작년 10월 음악 치킨주점'DJ봉닭이'를 창업했다. 직업상 대중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영화 ‘써니’와 ‘건축학개론’ 등이 흥행하는 걸 보면서 복고야말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문화코드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런 복고 트렌드를 컨셉트로 대중적인 주점을 창업한다면 성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생겨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대중적인 치킨주점으로 품목을 정했고, 2010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창업준비에 착수해 꼬박 1년의 시간을 투입했다. 그는 시장조사와 메뉴 개발부터 인테리어와 브랜드이미지(BI) 개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각 분야 전문가들과 상의하면서 꼼꼼히 진행했다. 그는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복고풍 주점을 만들기 위해 오픈 직후부터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다. 전문DJ를 영입해 정규 코너를 신설하는가 하면 개그맨을 초대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브랜드 홍보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

이 점포는 영등포역앞 상권 중에서도 가장 유동인구가 적은 뒷골목에 있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입소문을 타며 ‘영등포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8월 한 달 매출이 8000만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낸 것은 이런 투자에 힘입은 것이었다. 지금 고객들의 70% 이상이 개점 초기에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단골로 굳어진 경우다.

점포 이미지가 자리잡으면서 초기의 전문DJ는 교육받은 종업원으로 바뀌었다. DJ멘트는 간략한 사연만 소개하는 식으로 역할을 줄이는 대신 노래의 비중을 늘렸다. 점포 크기는 149㎡(약 45평)로 최대 1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제는 20~30명 단위의 단체손님이 많이 찾는 매장이 됐다. DJ부스와 작은 무대가 있어 다양한 이벤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원 회식장소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주말에는 새벽 4시)에 문을 닫는다. 이 점포에선 향수를 자극하는 기본안주와 식기가 이색적이다. 기본안주는 별사탕이 든 뽀빠이 과자인데, 군대에서 사용하는 반합 뚜껑에 담겨져 나온다. 치킨 메뉴의 용기로 사용되는 반합통은 여성 손님들에게는 호기심을, 남성 손님들에게는 군대시절의 향수를 자극해 인기가 높다.

소주와 맥주의 적정 비율을 눈금으로 표시해 폭탄주의 맛을 최고로 만드는 ‘소맥잔’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색적인 소품을 무료로 대여해 이벤트나 회식 때는 매장에 활기가 넘친다.밸런타인데이 같은 날에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도록 특별한 무대도 마련해 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