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誌'2013년 대전망'

내년에는 ‘MIP(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대신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 경영에서는 여러 사업 분야를 영위하는 복합 기업이 30년 만에 다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은 일본식 장기불황 한파에 시달리는 반면 미국과 중국경제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한국에서 한국경제신문이 독점 발간한 ‘2013 세계경제 대전망’을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몽골·인도네시아·필리핀에 기회"

[Focus] "투자 신대륙 'MIP'를 주목하라…3차원 인쇄술도 뜬다"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MIP·미프)에 기회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미프 3개국이 내년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 등이 주춤하는 사이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예상한 몽골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세계 1위인 18.1%. 몽골 최대 구리광산인 오유톨고이에서 채굴이 시작되면서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다. 오유톨고이 프로젝트는 매장된 자원의 가치가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대형 자원개발 사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로젝트 진행이 원활해 당초 계획보다 빨리 1단계 사업이 끝났다”며 “석탄, 은, 우라늄 채굴 등 계획된 다른 자원 개발 사업도 많아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은 인구 300만명의 유목국가 몽골이 자원수출국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GDP가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에서 16번째 GDP 1조달러 달성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 10년간 기복 없이 꾸준하게 성장해온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이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내년 필리핀 경제는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필리핀 외환보유액은 외채의 120% 수준까지 늘었다며 내년엔 국가신용등급도 투자적격 수준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핀 정부는 도로와 항만 등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에 내년 4000억페소(약 10조6000억원)가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필리핀 사상 최대 규모다.

[Focus] "투자 신대륙 'MIP'를 주목하라…3차원 인쇄술도 뜬다"

#"유럽은 일본식 장기불황 한파"

“유럽은 일본식 함정(불황)에 빠져 ‘빙하시대’를 맞이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5% 아래 머물면서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단기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정책을 통해 ‘얼음을 녹이려’ 하겠지만, 각국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을 감당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내년 9월엔 유럽 제1의 경제대국 독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연임이 유력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선 때까진 급진적인 경제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의 또 다른 리더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자국의 경제위기와 정치 분열을 상대하기도 벅차보인다고 지적했다.

[Focus] "투자 신대륙 'MIP'를 주목하라…3차원 인쇄술도 뜬다"
그동안 신흥국 경제를 이끌어온 브라질과 인도는 내년 각각 4%, 6.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보다는 조금 낫지만 잠재력을 감안하면 충분치 않은 성장률이라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다소 낙관적인 3.7%로 예상했다. 대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는 대선 이후 줄겠지만 친기업 정책은 지속할 것이라며 수출 주도 정책과 국내 소비를 기반으로 2012년의 침체에서 벗어나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기업이 포효하며 컴백"

“복합기업이 포효하며 되돌아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목해야 할 경영 트렌드로 1980년대 이후 비효율적인 경영형태로 지탄받았던 복합기업의 부활을 꼽았다. 복합기업은 연관성이 적은 사업을 여러 개 영위하는 일종의 기업집단으로 한국의 대기업과 비슷한 형태다. 복합기업이 각광받는 핵심 이유는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기업들의 성공에 있다. 컨설팅부터 철강 생산까지 하는 인도의 타타그룹과 한국의 삼성이 좋은 예로 꼽혔다. 미국 500대 기업의 현금 보유액이 1조달러에 이르는 등 풍부한 자금을 가진 선진국 기업들도 이를 바탕으로 복합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에서는 물건의 외형을 그대로 복제하는 3차원 인쇄(3D 프린터) 기술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항공기 부품과 맞춤형 주방용품, 의료용 보형물, 장신구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상용화 가능성을 본격 탐색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코노미스트는 “3차원 인쇄는 추가 비용 없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만큼 100년 전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을 시작한 것에 맞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별 사업분야에서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통신, 엔터테인먼트의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관측했다. 관련 상품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개선되는 데 따른 것이다.

노경목/남윤선 한국경제신문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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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투자 신대륙 'MIP'를 주목하라…3차원 인쇄술도 뜬다"
FATCA… 고령화… 모바일… 눈길 끄는 내년 키워드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주목할 만한 키워드로 해외금융계좌신고제(FATCA), 고령화, 모바일을 꼽았다.

내년 1월1일부터 미국에선 탈세와 불법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가 발효된다. 해외 금융회사는 미국인의 계좌와 거래내용을 미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새 제도다. 이를 어기면 미국에서 얻는 금융수익의 3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FATCA의 적용범위는 상당히 넓다. 모든 미국인과 미국인이 직간접적으로 10% 이상의 의결권 또는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 파트너십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금융회사들은 각국이 미 정부와 벌이는 FATCA 관련 협상 결과에 주시하면서 미국인 고객 유치 여부를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인구 고령화가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자녀 낳기 인구정책을 유지해온 중국에선 내년에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중국을 이을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놓고 동남아 국가들과 중남미의 멕시코 등이 각축을 벌일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보급이 최초로 데스크톱PC와 랩톱컴퓨터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자금과 인재가 모바일 산업에 쏠리는 현상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가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내년 2월15일엔 수영장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충돌할 가능성이 낮지만 소행성의 성분을 파악해 볼 수 있고, 충돌 가능성을 계산하면서 수학도 발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윤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