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블랙컨슈머(악덕 소비자)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구속된 50대 이모씨는 지난 2년간 전자업체를 상대로 206회에 걸쳐 2억4000여만원을 뜯어냈다. 직원들에게 생트집을 잡고 욕설 폭언에다 야구방망이까지 들고가 협박하는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고장 내놓고 거액을 요구하거나, 전국 백화점을 돌며 사지도 않은 물건의 환불과 정신피해 보상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물질 신고에 민감한 식품업체들은 그야말로 ‘밥’이다. 식품업체 식당을 상대로 음식을 먹다 다쳤다며 829회에 걸쳐 9414만원을 뜯어낸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블랙컨슈머는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식음료는 물론 유통 의류 IT 금융 제약 등 고객접점이 많은 업종은 한결같다. 대한상의가 314개 업체를 조사했더니 83.4%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했다고 한다. 심지어 행정기관들도 악성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특히 터무니없는 요구, 욕설도 참아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돈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블랙컨슈머가 활개치는 것은 한 건 잡으면 로또가 되기 때문이다. 구속된 이모씨는 연수입이 1억원을 넘을 정도다. ‘꾼’을 양성하는 학원까지 있다. 기업들이 이미지에 해가 갈까봐 입막음에 급급하는 행태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호하고 명분만 강조하는 소비자 관련 법규와 SNS, 인터넷, 사이비언론의 책임도 크다. 이들이 바로 블랙컨슈머의 서식환경이다. 일일이 고발하고 처벌을 강화해도 쉽게 근절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는 적극 수용돼야 한다. 기업들은 대책 수립에 앞서 제품·서비스에 만전을 기해 조그만 빌미도 주지 않아야 한다.

블랙컨슈머는 공갈 협박을 무기로 하는 명백한 사기범죄다. 연간 사기범죄가 20만건이 넘고, 사기·무고·위증 등 거짓말 범죄가 일본의 수백 배에 달하는 게 한국 사회다. 블랙컨슈머처럼 거짓말을 일삼는 갈취형 인간들이 되레 활개치는 풍토부터 개선하지 않고선 어떤 소비자 대책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