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줄이고' 아시아나 '키우고'…항공화물 사업 전략 '엇갈린 항로'
대한항공은 13일부터 제주도의 겨울채소 운송을 위해 중대형 항공기 1편을 오전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운항을 대폭 줄이면서 불거진 제주도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4편이던 제주~김포 노선 중대형기 오전 운항을 지난 9월부터 1편으로 줄여 큰 원성을 샀다. 급기야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지난주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을 직접 만나 증편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제주도 항공화물 운송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휴가철이 지나면 제주도에서 김포로 오전에 올라오는 승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올 들어 화물수송물량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와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을 대폭 육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달 화물기 운항 횟수는 936회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1.9% 감소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596회로 25.2% 증가했다. 화물 수 기준으로도 대한항공은 3.5% 줄고, 아시아나항공은 17.3% 늘었다. 이 결과 대한항공의 화물시장 점유율(운항 횟수 기준)은 31.5%로 200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달 연속 사상 최고 수준인 20%를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화물 운송량은 73만9700으로 추산돼 작년(69만9500)에 비해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7월과 9월 B74F 화물기 1대를 각각 구입해 화물 운송 성수기(9~11월)에 투입하는 등 전략적으로 화물 부문을 키운 덕분이다.

지난 3월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생산기지가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 주 4회 취항했다. 9월에는 미국 댈러스(주 5회)와 노르웨이 오슬로(2회)에 각각 취항했다. 미국 중남부의 물류 허브인 댈러스는 대한항공의 단독 운송 노선인 곳이었다. 오슬로 취항은 북유럽의 연어를 나르기 위한 것이었다. 노선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연어 산지에 가까운 오슬로로 전격 변경했다.

수익성 강화에도 나섰다. 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8월 벨기에 브뤼셀,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등을 직접판매 지역으로 바꾸면서 중개수수료 등을 줄였다. 판매가격이 높은 지역에 화물기를 우선 배치하면서 경쟁을 유도한 것도 전체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 주인과 항공사를 연결하면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대형 중개사와의 계약 비중도 전체 화물 매출의 3분의 1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UPS 등과 추가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의 올 들어 지난달까지 화물기 운항 횟수는 총 1만385회로 작년 같은 기간(1만1671회)에 비해 11%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운송량도 108만으로 6.8%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4월 운항 횟수는 18%나 줄기도 했다. 성수기인 9~11월에도 9~12% 줄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화물 노선은 과감히 통폐합하고 여객으로 돌린다는 전략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여객기의 화물칸을 활용하고 있다”며 “화물 운항 횟수를 줄이는 대신 서비스 등의 품질 수준은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아시아나항공은 항공화물 시장의 불황을 시장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대한항공은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