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밀물처럼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유동성이 한국 주식과 채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환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채산성 우려에 시달리는 수출업체들은 물론 금융시장도 무턱대고 반길 만한 상황은 아니다.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외부충격으로 갑자기 빠져나갈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한국 채권

국내 채권시장에 장기투자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지난달 이후 횡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해 금리 매력이 높고 원화가치 상승 가능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 S&P, 피치는 모두 한국의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반영해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상향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신평사가 재차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국내 채권에 2800억원을 신규로 투자했다. 지난달 말 현재 투자잔액은 88조9000억원으로, 올 들어 11개월 동안 순투자 금액은 5조4400억원을 넘었다. 오창섭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금리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라며 “해외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8일 연속 주식 순매수

외국인은 주식도 사들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78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29일 이후 8일(거래일 기준) 연속 순매수다. 이 기간에 외국인들은 총 1조334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10월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844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국내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 한국 관련 글로벌 펀드에 32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13주 연속 자금 유입을 기록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 여력은 충분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지지선 잇단 이탈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지난달 19일 1090원 아래로 내려온 지 16거래일 만에 또다시 1080원이 무너졌다. 이로써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연중 고점(1185원50전)에서 9%나 떨어졌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채권매입에 이어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9월13일 이후 3개월 만에 4.4%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주요 15개 통화 중 달러 대비 절상폭이 가장 크다.

외환 당국은 지난달 외국환은행 특별 외환공동검사에 이어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로 환율방어에 나섰으나 하락 추세를 돌려 놓진 못하고 있다. 이날도 선물환포지션 한도의 관리 방식을 매 영업일 잔액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율은 이틀째 하락했다. 김기백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북한 미사일 등 악재에도 끄덕 않는 모습”이라며 “달러당 1075원 선이 다음 지지선”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11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하면 외국인 자금의 유입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미국 재정절벽 우려가 변수이지만 내년 원·달러 환율은 최저 102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환/김동윤/이태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