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분하는 개념이 사라져야 한다. 국내 자동차문화가 지금보다 한 단계 성숙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해외 시장처럼 차급별로 시장을 구분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

올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올 들어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대수는 12만1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나 급증했다. 특히 연비 좋은 모델이나 상품성 대비 합리적인 가격의 차들이 잘 팔렸다. 올 연말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13만대를 넘어서고, 1~2년 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연간 1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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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가격 인하 공세···국산차 업계 압박

올해 수입차 시장의 큰 흐름은 가격 인하를 꼽을 수 있다. 지난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2년차 관세 인하(5.6%→3.2%) 조치에 따라 전체 수입차의 75% 점유율에 달하는 유럽차의 가격이 내려갔다.

또 일부 업체별로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낮추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국산차 업계를 압박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싼타페 등이 포진한 3000만~4000만 원대에서 고를 수 있는 수입차 가짓수가 늘어난 것도 판매 확대에 일조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파사트를 종전보다 480만 원, 준중형 세단 제타는 100만 원을 각각 낮췄다. BMW코리아는 주력 차종인 5시리즈를 60만 원 낮췄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캠리와 프리우스는 물론 신형 GS를 이전보다 최대 1000만 원가량 낮추기도 했다.

이같은 수입차의 가격 인하 공세는 국산차 회사들이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및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가격을 올린 것과 대조를 이뤘다. 내수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한 현대·기아차는 주력 차종의 상품성 개선을 통해 수입차 방어전략에 나섰다.

◆수입차 디젤 판매 50% 초과

디젤 수입차는 올해 업계를 읽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올 1~11월 수입차 판매는 고효율 디젤차가 전체 50% 이상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보다 훨씬 웃돈다. 수입차를 타는 운전자들도 고유가로 인해 연비 좋고 유지비 부담이 적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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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 독일차가 꾸준히 성장하는데는 디젤차 인기 요인이 꼽힌다. BMW는 디젤차 판매 비중이 전체 70%, 폭스바겐은 90%, 아우디는 60% 각각 차지했다.

한 수입차 딜러사 사장은 “최근 독일차 상승세는 디젤 효과”라며 “국산차 업체들이 수입차에 디젤 시장을 다 뺏긴 것은 앞으로 제품 전략에서 고민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는 일본차에 좋은 기회

한·미 FTA 타결 이후 막상 신난 업체는 미국차가 아닌 일본차 브랜드가 꼽힌다. 일본차는 FTA로 국내 수입·판매하는 차종의 원산지를 미국으로 옮기면서 엔고 부담을 덜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주력 시장인 미국에 주요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는 게 이점이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조사기관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일본차 업체들이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도요타가 미국산 캠리를 출시해 판매량을 회복한데 이어 시에나, 벤자 등 미국산 차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한국닛산은 올해 인피니티 JX, 알티마 등 2개 모델을 미국산으로 내놨다. 혼다코리아도 오는 12일 출시하는 어코드와 크로스투어를 포함하면 올 4분기에만 미국산 4개 차종을 잇따라 출시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부품 값을 낮추고 애프터서비스(A/S) 지점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BMW 딜러점이 신차 출고 때부터 시트 밑부분과 등받이 등이 부식된 320d를 팔아 일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대중화 분위기에 휩쓸려 멋 모르고 수입차를 샀다가 값비싼 정비 공임에 낭패를 보는 고객들도 늘고 있는 추세” 라면서 “불어나는 수입차 댓수만큼이나 업체별로 정비공장 수를 늘리지 않으면 수입차를 택한 고객들이 다시 국산차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