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반값등록금과 고졸 채용 확대 공약은 국민들에게 모순적인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습니다.”

박한준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 주최로 경기도 용인시 외환은행연수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고졸 채용 현황’ 주제발표에서 지적한 얘기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겠다’(고졸 채용 확대)는 공약을 내걸면서 동시에 ‘대학진학 비용을 대폭 낮추겠다’(반값등록금)는 상충된 공약을 내놓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0년 대학진학률은 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일본은 51%, 독일은 42%에 불과했고 미국도 74%에 그쳤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졸자들이 과거 고졸자들이 일하던 분야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대학진학을 더욱 부추기고, 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간 취업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위원은 “대졸자가 자신에게 안 맞는 일을 하다 보면 업무동기와 임금만족도가 떨어져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는 기업에도 큰 낭비요 비효율”이라고 말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미룬 채 고졸 취업 정책을 확대할 경우 대졸자의 역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작년부터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늘리면서 ‘대졸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09년 2분기 14.2%였던 고졸자(15~19세) 실업률은 지난 2분기 6.8%로 떨어진 반면, 대졸 이상자(20~29세)의 실업률은 같은 기간 7.6%에서 8.7%로 올랐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처럼 정치권이 모두의 표를 잡기 위해 내놓는 등록금과 취업 관련 공약은 결과적으로 현재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하나도 치유하지 못한 채 난맥상만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이 청년실업난 해소는커녕 세금 낭비, 교육의 질 저하로 고착화돼버릴 까 걱정이 앞선다.

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