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
![[취재수첩] 반값 등록금 vs 고졸 채용 확대](https://img.hankyung.com/photo/201212/2012120264131_2011011166881.jpg)
박한준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와 조세연구원 주최로 경기도 용인시 외환은행연수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고졸 채용 현황’ 주제발표에서 지적한 얘기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겠다’(고졸 채용 확대)는 공약을 내걸면서 동시에 ‘대학진학 비용을 대폭 낮추겠다’(반값등록금)는 상충된 공약을 내놓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0년 대학진학률은 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았다. 일본은 51%, 독일은 42%에 불과했고 미국도 74%에 그쳤다.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졸자들이 과거 고졸자들이 일하던 분야에 봇물 터지듯 밀려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대학진학을 더욱 부추기고, 대학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 간 취업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위원은 “대졸자가 자신에게 안 맞는 일을 하다 보면 업무동기와 임금만족도가 떨어져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는 기업에도 큰 낭비요 비효율”이라고 말했다.
대학 구조조정을 미룬 채 고졸 취업 정책을 확대할 경우 대졸자의 역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미 작년부터 정부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을 늘리면서 ‘대졸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09년 2분기 14.2%였던 고졸자(15~19세) 실업률은 지난 2분기 6.8%로 떨어진 반면, 대졸 이상자(20~29세)의 실업률은 같은 기간 7.6%에서 8.7%로 올랐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처럼 정치권이 모두의 표를 잡기 위해 내놓는 등록금과 취업 관련 공약은 결과적으로 현재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하나도 치유하지 못한 채 난맥상만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이 청년실업난 해소는커녕 세금 낭비, 교육의 질 저하로 고착화돼버릴 까 걱정이 앞선다.
임원기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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