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테마주 투자의 위험성은 최근 정치테마주 열풍에서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5개 정치테마주에서 개인투자자는 지난 1년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항상 ‘나쁜 테마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구조와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좋은 테마주’도 많다.

‘좋은 테마주’ 투자는 미래에 고성장을 구가할 알짜 종목을 미리 선점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체 없는 테마주는 ‘사상누각’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실체 없는 정치테마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특정 정치인과 연관이 있다 하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영수 대표는 “대선 때까지는 정치테마주가 한두 번 더 급등할 수 있다”면서도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우신 대표는 “과거 대선을 앞두고 급등했던 테마주는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예전 주가로 돌아갔다”며 “이번 정치테마주 역시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강해 대표는 “최근 정치테마주는 시세 분출 후 ‘폭탄돌리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정치테마주에 투자하더라도 최소한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의 실적과 건전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의 정책과 관련된 종목은 일부 혜택을 볼 수 있다. 이희진 대표는 “경제민주화 정책에 따라 일부 중소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급등했던 디아이도 ‘사상누각 테마주’로 분류된다. 디아이는 가수 싸이의 아버지가 회장이라는 이유로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자 ‘싸이 테마주’로 거론되며 급등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업체인 디아이는 싸이의 인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지난 3분기 5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디아이는 10월 중순을 고비로 하락세로 전환, 한 달여 만에 70% 넘게 떨어졌다.

◆터치패널 전자결제…알짜 테마

산업구조 변화나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알짜 테마주’도 많다. 와우넷 전문가들은 터치패널 전자결제 셰일가스 헬스케어 등을 시대 흐름을 반영한 테마로 꼽았다.

이승원 대표는 터치패널 관련주가 테마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 시장이 확대되면서 터치패널 업체들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승원 대표는 “이라이콤 에스맥 일진디스플레이 등은 많이 올랐지만 지금 매수해도 늦지 않다”며 “LED(발광다이오드) 업황 악화 속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루멘스와 우리이티아이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혁 대표는 “모바일결제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KG모빌리언스를 유망주로 추천했다. 이효근 대표도 “전자결제가 테마를 형성할 것”이라며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 수급이 뒷받침되는 KG이니시스와 다날이 유망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신 대표는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테마주가 부각될 것”이라며 세아제강과 휴스틸을 수혜주로 꼽았다. 한옥석 소장은 “고령화와 함께 헬스케어 산업이 본격 성장할 것”이라며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메디톡스가 유망하다”고 밝혔다.

이태영 대표는 기후변화와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농작물 관련주 테마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영 대표는 “종자업체 농우바이오는 70여개국에 346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고 3분기 영업이익도 50% 가까이 급증했다”며 “해외법인 매출도 증가하고 있어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IT 연말 특수…‘겨울 테마’ 주목

계절에 따라 테마가 형성되기도 한다. 호빵을 만드는 삼립식품은 지난 10월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두 달 만에 50% 가까이 상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호빵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 배경이다. 경동나비엔 지역난방공사 등 난방 관련 종목과 겨울 의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화점 주가도 겨울이 다가오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일부 ‘겨울테마주’는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들어 계절과 상관없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겨울테마주 상당수는 의식주와 관련된 필수소비재 업종에 속한다”며 “불황기에 저가 상품으로 만족을 얻는 ‘립스틱 효과’에 힘입어 저성장 시대에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11~12월에 정보기술(IT)주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연말 선물용으로 IT 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 효과에 따른 것이다. 박영수 대표는 “미국 추수감사절에 이은 블랙프라이데이(11월23일)와 사이버먼데이(11월26일)의 소매판매 실적이 좋았다”며 “연말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