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어제 은퇴 기자회견장에 투수로서 처음 공을 던진 중학생 시절부터 마지막 한화이글스까지 입었던 유니폼 13장을 들고 나왔다. 하나하나 사연이 깊다. 그는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장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뭔가를 이뤘기 때문이 아니라 잘 견뎌왔기 때문이다. 도전이란 단어는 항상 나를 지탱해줬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124승보다 쓰러지거나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것을 스스로 더 자랑스러워한 것이다.

박찬호는 박세리와 더불어 외환위기로 한껏 움츠러든 국민의 어깨를 확 펴게 만든 진정한 한국 스포츠의 별이다. 하지만 영광스런 은퇴에 이르기까지 그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과 심신의 고통을 감내했는지를 우리는 잘 안다. 그는 늘 도전했고 넘어질지언정 결코 물러서진 않았다. 국가와 야구에 대한 한없는 열정으로 버텨낸 19년 야구역정이다. 온 국민의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야구선수 박찬호가 우리 사회에 던진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도전하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요즘 우리 사회는 집단무기력증에 빠져 있고, 모든 세대가 한결같이 내 탓보다는 남 탓, 세상 탓부터 한다. 그 어떤 경제위기보다 심각한 정신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에코세대(1979~1985년생)의 46.5%가 취직 전까지 부모가 경제적으로 돌봐야 한다고 답했다. 물론 극심한 취업난에 실망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젊은 날 도전하지 않고 좌절을 맛보지 않는다면 언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김우중 전 대우 회장도 “5년만 해외에서 빡세게 굴러보라”고 조언했다. 세상은 넓고 도전할 대상은 많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박찬호처럼 진취적으로 도전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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