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과 함께 기아차 '더 뉴 K7' 타보니
“아버지, 제가 해냈습니다.”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된 이승엽 선수(36·사진)는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를 주저없이 아버지께 드리기로 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다 9년 만에 한국 땅에 돌아와 맛본 결실이다. 그에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값어치가 있는 차다. 국내 복귀에 대한 압박감, ‘국민타자’로서의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고 고향 팀인 삼성 라이온스를 우승으로 이끈 포상이니 말이다. “제겐 정말 의미있는 차입니다.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투박한 대구 사투리 속에 끈끈하고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와 자동차

아버지는 막내 아들에게 칭찬 한번 제대로 해 준 적이 없었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도 “수고했다”는 말이 전부였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프로선수로 뛰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땐 눈물을 뚝뚝 흘릴 때까지 혼을 냈다. 야구장에서 몸싸움이라도 하면 무섭게 회초리를 들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야 “잘했다”고 했다. 서른이 넘은 아들에게 지금도 ‘겸손하라, 술과 도박에 빠지지 마라,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채찍질하는 사람이 이 선수의 아버지다.

엄격한 스승이자 든든한 지지자인 아버지에게 이 선수는 올해 최고의 선물로 보답했다. 내색하지 않아도 그라운드 뒤에서 가슴 졸이며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을 것을 그는 안다. 기아차는 이 선수의 부탁으로 원래 부상이었던 뉴쏘렌토R 대신 세단인 K7으로 바꿔줬다. “아버지가 내년에 칠순이신데 차체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힘들겠더라고요. 배려해주셔서 감사하죠.”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스물다섯이 되도록 현대차 ‘마르샤’로 경북 경산 훈련장까지 바래다줬다. 스무살 때 면허를 땄지만 운전은 금지였다. ‘사고 위험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들이 야구장에 가는 동안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속깊은 배려였다는 사실을 이 선수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깨달았다. “한번은 BMW를 사달라고 졸랐는데 아버지가 ‘고급차는 아직 사치야’라며 딱 잘라 말하셨죠. 어린 나이에 겉 멋부터 든다고. 철이 없었죠.”

그런 아들이 이제 차를 선물하겠다고 했으니, 아버지가 얼마나 기뻤을까? “아시잖아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말로 안 해도 다 알죠.”
국민타자 이승엽과 함께 기아차 '더 뉴 K7' 타보니
◆돌아온 국민타자, 돌아온 K7

이 선수는 아버지가 탈 차의 디자인과 성능을 살펴보고 싶다고 했다.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지난 28일 기아차 압구정 사옥에서 하남 미사리조정경기장까지 왕복 40㎞가량을 달렸다. 시승한 차는 지난 13일 출시한 ‘더 뉴 K7’ 3.0 모델. “오늘 차를 처음 봤는데 참 예쁘네요.” 이 선수의 첫마디다.

키 183㎝인 이 선수가 운전석에 앉으니 차가 꽉 찼다. 팔걸이 부분과 센터콘솔의 여유공간은 넉넉했다. 다리를 펼 수 있는 레그룸도 비좁진 않았다. 주행 중 옆에 차가 다가오면 알려주는 후측방 경보시스템의 경보음이 ‘삐비빅’하고 울리자 그는 “이야~특이하네, 이거”하며 연신 신기해했다.

자동 주차와 룸미러 눈부심 방지 기능, 속도 계기판에 표시되는 내비게이션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 선수가 현재 타고다니는 메르세데스 벤츠 S500에는 들어있지 않은 편의사양이다. 9년 전 일본에서 구입한 모델이어서다. 차를 자주 바꾸지 않고 진득하게 타는 모습은 아버지를 닮았다.

스마트폰이나 USB를 연결해 음악을 듣는 외부입출력단자 AUX(auxiliary)를 보고서도 반가워했다. “어, 이거 옥씨~. 현대차 제네시스를 타는 김제동 씨가 이걸로 음악을 듣는데 신기하대요. ‘나도 할 수 있겠네!’ 하니까 ‘네 차엔 없다. 바보 아니야’라고 놀리던데, 지는 맨날 차키를 잃어버리면서 나한테 그래요.”

이 선수는 자동차에 대해 첫째는 디자인, 둘째는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속도에 민감해 반응이 빠른 차를 선호한다. 좋아하는 차는 페라리. 디자인이 예뻐서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시속 100㎞까지 속력을 냈다. “훌륭하네요. 부드럽게 잘나가고. 이 정도로 나오면 외제차 안 타도 되겠네. 깐깐한 아버지도 만족하시겠는데요. 다음에 차를 바꿀 땐 국산차를 사기로 맘 먹었습니다.”

◆올 시즌 내 점수는 100점, K7은 95점

이 선수는 데뷔 후 2003년까지 국내 경기에서 324개의 홈런을 쳤고 올 시즌 21개의 홈런을 보태 한·일 통산 500홈런을 채웠다. 은퇴한 양준혁 선수가 세운 국내 프로야구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인 351개에 6개만을 남겨 두고 있다. 내년 목표는 이 기록을 깨는 것이다.

“홈런 기록도 중요하지만 팀이 한 번 더 우승했으면 좋겠네요. 개인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팀이 우승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

기아차에 대해 평가하다보니 기아 타이거즈의 전력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전통 있고 우승 경험이 많은 팀은 저력이 있어요. 기아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기 싫은 상대입니다. 내년엔 기아 선수들이 MVP 부상으로 주는 기아차를 받으면 좋겠네요. 내년에 우리가 또 우승할 거니 쉽진 않겠지만요. 하하.”

그는 올 시즌 자신을 평가하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100점을 줬다. K7도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이 차는 95점입니다. 다 좋은데 한 가지가 아쉬워요. 브레이크 반응 속도가 좀 느리고 밀리는 느낌이 있네요. 적응하면 괜찮아지겠지만 응답성이 빠른 차를 좋아하는 제게는 아쉬운 점이죠. 어쨌든 빨리 아버지께 차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