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우주 도전이 또다시 연기됐다. 2단 로켓의 추진 방향을 제어하는 추력방향제어기에 전기 신호 이상이 발견돼 발사 예정시간(오후 4시)을 16분 52초 남겨놓고 카운트다운을 중단했다.

나로호는 1, 2차 발사 때도 8차례 발사 일정을 조정 또는 연기한 데다 이번 3차 발사에서도 헬륨가스 누출에 이어 두 번째 연기돼 총 10차례나 발사를 멈추는 수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2단로켓, 위성)과 러시아(1단 로켓)가 각자 로켓을 만들어 결합하는 복잡한 방식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2단 로켓 방향 제어 부품이 원인

나로호 3차 발사가 연기된 이유는 나로호 상단부인 2단 로켓 추력방향제어기 관련 전기신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단 로켓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국산화했다. 항공등유(케로신)를 연료로 사용하는 1단 로켓과 달리 2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2단 로켓의 고체연료는 공급량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어 속도를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화염이 나가는 방향을 바꾸는 추력방향제어기를 사용하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노즐의 방향을 바꿔주는 유압 펌프의 전기 제어 박스인 것으로 항우연 측은 판단하고 있다. 추력방향제어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으면 위성을 우주 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려놓을 수 없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2단 로켓의 노즐을 구동시키는 데 필요한 유압을 발생시키는 펌프 제어기가 고장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28일 최종 리허설과 발사일 오전 점검 등 모두 4차례 점검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발사 직전 갑작스럽게 전류가 급격히 소모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운트다운을 중지하고 다시 상태를 살펴봤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발사를 중지한 것”이라며 “나로호에 주입한 추진제와 연료를 모두 뺀 후 앞부분을 뜯어서 확인한 후에야 언제 다시 발사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점검과 수리에만 수일 이상 걸려 이번 예비일(12월5일까지) 내 발사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 단장은 “영하 183도 연료에 노출된 로켓 기체를 안정시키려면 24시간 이상 온도를 높여줘야 해 30일 오후에나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세부 점검은 1일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호 10차례 발사 연기 수난

로켓 발사가 지연되는 일은 흔하다. 선진국에서도 1초 전 발사를 중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나로호는 이미 2차례 발사에 실패한 데다 그간 발사를 자주 연기해 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로호는 당초 2002년 개발을 시작해 2005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1차 발사를 앞두고 준비 부족, 우주기술보호협정 등에 대한 러시아 의회 비준 지연, 부품 조달 문제, 러시아 현지 연소시험 연기, 연소시험 특이 데이터값 발견, 압력측정 소프트웨어 오류 등으로 7차례나 발사를 연기했다. 2010년 6월9일 2차 발사 때는 발사 3시간여를 앞두고 소화장치가 오작동해 발사를 미루기도 했다. 3차 발사에서 헬륨가스 누출, 2단로켓 추력 방향 제어기 이상으로 연기한 것까지 합치면 모두 10차례나 된다.

전문가들은 나로호 개발의 복잡한 구조를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허훈 고려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는 “만약 로켓 개발을 한 나라, 한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했으면 발사 몇 시간을 앞두고 주요 부품의 전기신호 이상으로 발사를 연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두 나라, 다른 기관에서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자주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단 로켓은 러시아가, 2단 로켓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후 양국이 공동으로 작업하다보니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고흥)=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