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특성·맥주제조법·소비자선호도 몰라 생긴 오해"
항의서한 보내기로..국내맥주, 세계시장 진출도 가속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혹평에 대해 28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발끈하고 나섰다.

수입맥주가 계속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국산 맥주에 대한 근거없는 의심과 오해가 외신으로까지 이어지자 두 맥주회사가 이코노미스트지에 반론을 담은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하는 등 항변에 나선 것이다.

먼저 두 회사는 국산 맥주가 싱겁고 맛이 없다는 인식은 각국 소비자 선호도, 맥주 제조기법 등을 잘 몰라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맥주는 각국의 기후적 특성과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고유의 특징을 보이는데 한국의 맥주 맛은 유럽식에서 미국식으로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의 '크라운'은 쓴맛이 강한 유럽식 맥주로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하자 이후 선호도를 반영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의 '하이트'가 히트를 치면서 맥주 맛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요즘 나오는 국산 맥주는 대부분 깔끔한 스타일의 미국식 맥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맥주는 각 지역의 특색에 따라 고유의 맛을 보이는데 건조한 지역인 유럽은 진한 맛의 맥주가 많은 편이고, 일본 또한 유럽과 유사하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 더운 지역의 맥주는 순한 맛이 많다.

하이트진로측은 "고급 원료를 사용한 일부 맥주를 제외하고는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차이는 그 특성이 다른 것일 뿐 질적 수준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맥아 함량이 부족해 맛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두 업체는 할말이 많다.

일본은 맥주의 맥아 함량을 최하 66.7% 이상으로 관리하지만 한국은 주세법상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산맥주의 맥아 함량이 부족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주세법의 맥아비율 10%는 과세목적에 따라 설정된 법률상 기준일 뿐 맥주업체들이 실제 넣는 맥아함량은 아니다.

오비맥주측은 "국산 맥주의 대부분은 맥아 함량이 70% 이상이고 OB골든라거 등 100%인 맥주도 있다"며 "맥아가 비싸서 쓰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맥아함량을 조절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세계적인 맥주브랜드 가운데 밀이 주원료인 호가든, 쌀과 맥아를 함께 사용하는 버드와이저에서 보듯 맥아함량만을 놓고 맥주의 맛과 품질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제조법에 대한 오해도 있다.

통상 맥주 맛이 부드럽다거나 강하다고 할 때 맛의 차이는 제조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맥주통 아래로 가라앉는 효모를 이용하는 '하면발효법'으로는 깔끔하고 상쾌한 맛의 라거계 맥주를, 맥주통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발효시키는 '상면발효법'으로는 맛이 두텁고 농도가 짙은 에일계 맥주를 만든다.

국산맥주는 대다수 세계 유통맥주들이 채택하고 있는 하면발효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한 관계자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강한 맛이 특징인 유럽풍 상면발효 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국산맥주를 싱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느낌일 뿐 객관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라이프스타일이 고급화, 다양화하고 해외여행 경험이 늘면서 국산과는 다른 맛과 향의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대다수 국내 소비자들은 목 넘김이 좋고 부드러운 하면발효 방식의 맥주 맛을 선호하고 있다.

해외 맥주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 주류전문가는 "국내기업들도 높은 도수, 강한 쓴맛, 드라이타입 등 다양한 맥주제품들을 선보였으나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져 시장성 차원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든 최초의 국산 에일계열 맥주인 '세븐브로이IPA'가 출시되기도 했다.

북한의 대동강맥주가 영국에서 수입한 장비로 제조돼 한국 맥주보다 더 맛이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주장도 잘못된 지적이라고 맥주업체들은 성토했다.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의 맥주공장 설비도 대부분 독일 등 유럽에서 수입한 것이고 제조공정 관리와 품질 수준도 외국 맥주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는 올해 세계적인 주류품평회인 '몽드셀렉션'에서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 가운데 실제로는 국내 생산라인에서 직접 제조된 것도 있다.

해외 프리미엄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은 오비맥주의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호가든은 고난이도의 제조기술을 요구하는데 전세계에서 원산지인 벨기에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한국에서만 생산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의 맥주제조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맥주 수출은 6천689만달러로 2007년 1천371만달러보다 5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중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인정을 받아 일본 수출이 5천392만달러로 8배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이트진로의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산 맥주가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매우 억울한 일"이라며 "국내 수입맥주시장의 성장 이상으로 국산 맥주의 세계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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