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주당이 아니더라도 국산 맥주는 왜 이렇게 맛이 없냐는 얘기를 하게 된다. 맛없는 국산 맥주가 외국 언론의 도마 위에까지 올랐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한국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는 규제와 과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두 업체가 시장을 장기간 양분해왔고 영세업체들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없으니 맥주의 주 원료인 맥아 함량도 외국보다 적고 결과적으로 맛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고 혹평했다.

국산 맥주 맛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은 맥아 100%, 일본은 66.7% 이상이 돼야 맥주로 분류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만 넘으면 된다. 국산 맥주 맛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맥아는 조금만 넣고 옥수수 쌀 등의 부원료를 많이 써 맛이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맥주 업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맥아가 너무 많으면 맛이 씁쓸해지는데 부드러운 맛을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맥아 100% 국산맥주도 있지만 큰 인기가 없다고 한다. 국산 맥주의 맥아 함유량은 60~70% 수준인데 독일보다는 낮지만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설명도 한다.

맛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 어떤 주장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논란의 출발점이 과도한 규제에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맥주생산 면허를 따려면 2450㎘의 시설기준이 필요했다. 중소업체의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설기준이 150㎘이상으로 대폭 낮춰진 지난해에야 78년 만에 제3의 맥주 면허업체가 생긴 것만 봐도 그간 규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규제로 보호되는 시장에는 제대로 된 경쟁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거의 언제나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맥주 업체들은 맥주 수입이 매년 20% 가까이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구구한 변명보다 맥주맛을 높이면 된다. 싱겁고 맛없는 맥주를 언제까지 억지로 마셔줄 소비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