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쌍용차는 P-100 개발에 착수했다. 같은 해 12월 당시 건설교통부는 P-100을 화물차로 분류했고, 쌍용차는 무쏘스포츠라는 차명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화물차여서 개별소비세가 면제됐고, 자동차세도 매우 낮았다. 인기를 끈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출시 10일이 지난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무쏘스포츠에 특소세 부과 방침을 결정했다. 문제는 광고였다. 쌍용차가 ‘승용형’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는 게 빌미가 됐다.

그런데 재경부의 결정은 엉뚱하게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크라이슬러가 수입, 판매하던 다코타 5인승 픽업도 특소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픽업’은 무조건 승용으로 몰아가 벌어진 사단이었다. 결국 특소세 부과는 힘 있는 미국의 한마디로 철회됐고, 무쏘스포츠는 다시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쌍용차와 크라이슬러에 일격을 당한 재경부와 건교부는 이른바 보복성 제도 개선에 나섰다. 무쏘스포츠 차명을 문제 삼는 것도 모자라 화물칸 덮개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안전을 위해 덮개를 권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충수’를 감행했다. 결국 탈착 덮개를 허용하며, 일단락됐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물적재공간의 바닥 면적이 2㎡가 넘어야 화물차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어 말 많고, 탈 많았던 무쏘스포츠는 화물공간이 넓어진 액티언스포츠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다. 그리고 액티언스포츠는 현재 코란도스포츠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했던가? 오히려 코란도스포츠의 넓은 화물공간이 최근 들어 인기다. 화물차로 보이지 않으려 애써 감췄던 적재함은 자랑거리로 떠올랐다. 오토캠핑 인구가 1000만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비좁은 승용차 트렁크와 달리 픽업의 적재공간은 장비가 많이 필요한 캠핑에 최적이다. 지난 10월까지 1만7422대가 판매됐다. 전년 대비 86.3% 성장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그 사이 자동차를 바라보는 관리 당국의 시선도 많이 변했다. 어떻게든 기업 위에 군림하려던 태도 또한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의 칼날은 놓지 않는다. 배출가스와 소음, 안전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그러나 요즘은 규제 강화보다 기술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제도를 갖추기 무섭게 자동차회사는 이미 앞서간다. 담당자조차 관리(?)가 버겁다고 말한다. 기업의 생존은 관리가 아닌 본능으로 충족되기 때문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