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높아진다. ‘띠-띠-띠익’ 초침이 3시 정각을 가리키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한 마디, “K에 3가 붙는 이 시간부터”. 기아자동차 K3 광고다. 자동차는 보여주지 않고 시계 태엽 모습과 독특한 소리를 삽입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를 제작한 이노션 관계자는 “기존 K9, K7, K5 등 중대형차와 차별화한 개성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준중형차라는 점을 나타내면서 세련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가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차의 성능을 나타낼 수 있는 엔진 배기음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음악과 효과음을 사용하는 추세다. 소리는 짧은 멜로디나 효과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과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도록 유도할 뿐만 아니라 무의식 중에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뉴 SM5 플래티넘’을 출시하면서 아예 배경음악을 새로 만들었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을 섭외해 판소리 춘향가와 재즈를 접목한 새로운 버전의 ‘사랑가’를 제작했다. TV광고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 여러 편의 광고에 같은 음악을 사용해 통일성을 줬다. 정식 음원으로 발매하지 않아 일부 고객이 벨소리, 컬러링(통화연결음) 등 음원 파일을 요청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르노삼성차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자동차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음원은 대리점뿐만 아니라 사내 전화 연결음 등 분위기를 전환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K3뿐만 아니라 그동안 경차 ‘레이’와 ‘모닝’, 중형차 ‘K5’에 이르기까지 사운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말 선보인 ‘레이’는 박스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요들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당초 ‘탐(TAM)’이라는 프로젝트 명을 차 이름으로 그대로 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요들송에 맞추기 위해 ‘레이’로 바꿨다. 요들레이라는 가사와 ‘레이’라는 이름이 맞아떨어져 쉽게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이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어우러져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경차 ‘모닝’은 휘파람 소리, K5는 모스 부호 사운드를 사용해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브랜드와 모델별로 특징을 살릴 수 있는 소리를 만들어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며 “귀를 기울이면 잘 알아차리지 못했던 광고에도 신호와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