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6000억 늘어 937조
은행대출 증가 폭 꺾여
2금융권은 2배 이상 급증
3분기 가계 빚이 937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계속 불어나는 규모도 부담스럽지만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보험 카드사 등 제2 금융권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특히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회사로부터 외상으로 제품을 구입한 판매신용이 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외상과 할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3분기 가계빚 또 '사상 최대'…돈줄 막힌 서민, 외상·할부로 버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빚)은 전 분기에 비해 13조6000억원 증가한 93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신용은 가계대출과 제품을 할부로 구입할 때 생기는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흔히 가계부채로 통칭된다. 가계 부채 증가세는 지난 1분기 잠시 주춤했으나 2분기 12조8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3분기에는 증가폭이 더욱 확대됐다. 이로써 가계신용 잔액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별로 은행권 증가폭은 전 분기 4조8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도 4조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반면 보험 카드사 할부사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은 4조1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과 관련한 자산유동화회사의 대출이 6조7000억원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금리가 은행권에 비해 높은 보험 카드 할부사에는 은행 담보대출에다 추가로 대출을 받는 다중채무자가 많은 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 비해 제2 금융권 대출이 늘고 있는 건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6%였다.

◆신용카드 할부결제 증가

3분기 가계빚 또 '사상 최대'…돈줄 막힌 서민, 외상·할부로 버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상이나 할부거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자동차 가전제품 생필품 등을 일시불 또는 할부로 구입할 때 생기는 판매신용은 3분기 중 1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각각 1조2000억원, 1000억원 감소했지만 3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 국내 상위 4개 카드사(신한·국민·삼성·현대) 할부사용액은 1분기 14조5952억원에서 2분기 14조7041억원, 3분기 14조9222억원 등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은은 여름 휴가철과 추석 등 계절적 요인으로 판매신용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증가폭(1조3000억원)과 비교해도 2000억원이 더 많은 것이어서 경기침체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할부판매 비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늘어난 60.2%에 달했다. 이 연구위원은 “4분기는 세금 감면 혜택을 노린 부동산 구입이 늘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환/송태형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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