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의 핵심은 콘텐츠다. TV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더라도 결국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장시간 TV 앞에 붙잡아 두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TV에 빠른 네트워크를 연결했다 하더라도 즐길거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실시간 방송은 물론 게임, 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장악하는 업체가 자연스레 주도권을 쥐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업체들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스마트TV를 둘러싼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업체들은 견제와 협력을 통해 주도권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TV 더 많이 팔려는 제조업체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업체들은 스마트TV를 만들어 판매하는 제조업체들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스마트TV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5930만대에서 내년에는 1억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TV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 선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두 회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나 80인치를 넘는 초고해상도(UD) TV 등 하드웨어 사양을 높이는 동시에 스마트TV 기능을 내장해 사용자들이 더 많은 즐길거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용 앱스토어를 구축해 1700여개 앱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월트디즈니, 블리자드 등과 제휴해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을 비롯한 대부분 가전제품을 만드는 만큼 다른 자사 제품과 TV를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TV로 이어 보거나 TV를 통해 다른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애플 ‘폐쇄형 전략’·구글 ‘개방형 전략’

대표적 플랫폼 사업자인 애플과 구글도 스마트TV 사업 확대를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앱스토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중심의 막강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TV 분야로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두 회사의 전략은 다르다. OS와 기기를 함께 만드는 애플은 TV 시장에서도 수직적 통합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다. ‘애플TV’란 이름의 셋톱박스를 만들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TV를 만들 것이란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 iOS와 아이튠즈를 중심으로 TV부터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든 디바이스의 콘텐츠를 통합하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은 TV 제조업체나 통신사와 협력해 자신들의 앱스토어를 스마트TV나 셋톱박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은 제품을 파는 애플과 달리 광고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협력해 구글TV 서비스를 TV에 내장하기도 하고 최근 LG유플러스와 ‘U+ TV G’를 내놓는 등 IPTV 업체와 손을 잡기도 한다. 이용자들은 앱스토어를 통해 TV 전용 앱은 물론 최근 새로 도입한 영화 감상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통신사와 방송사도 주도권 싸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유·무선 통신사와 케이블 업체들도 콘텐츠 확보에 열심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사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이용해 콘텐츠를 소비해야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확보한 실시간 채널 등을 바탕으로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거나 스마트 셋톱박스를 통해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지상파 방송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기존 고화질(HD) 방송보다 4배 선명한 초고해상도(UD) 방송을 제작하는 한편 ‘pooq’과 같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