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은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재산이 급격히 불어난 것을 두고 “완전히 운이었다”고 말했다. ‘삼성특검’ 이후 2008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다. 당시 재판을 담당한 민병훈 부장판사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에 대한 세금이 너무 적다는 국민 인식에 대해 생각해봤느냐”고 묻자 이 회장은 “증여할 때 타이밍이 좋아서 조금만 투자해도 주식이 빨리 올라갈 때였다”며 이같이 답했다.

당시 증여 과정은 이랬다. 이 사장은 1995년 이 회장에게서 60억8000만원을 받아 이 중 16억원을 증여세로 냈다. 남은 돈으로 에스원(23억원)과 삼성엔지니어링(19억원) 등의 주식을 사들여 53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집중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였던 삼성 계열사들이 실권한 CB와 BW를 그대로 받아 재산을 1조원대로 늘렸다. 동시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법원은 ‘에버랜드는 무죄, 삼성SDS는 유죄’라고 일부 면죄부를 줬지만 헌법보다 강하다는 ‘국민정서법’은 달랐다. 당장 “60억원을 증여받아 쥐꼬리만한 세금을 내고 매출 200조원대의 삼성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삼성의 현 지배구조는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금융산업과 일반 제조업의 분리를 강제하는 금산분리라는 벽을 넘어서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확정 발표한 중간 금융지주회사제 의무화는 중간 금융지주를 세워 그밑에 금융 계열사를 두고 일반 계열사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도 최악의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편법증여 논란과 함께 ‘이재용 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또 다른 실험대는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다. 이 사장은 2000년 e삼성을 지주회사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사업을 접은 아픈 경험이 있다. e삼성 이후 특정 사업을 맡지 않다 최근 들어 ‘2C’를 직접 챙기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이재용 사장이 중국(China) 사업과 자동차(car) 부품 사업으로 명예회복을 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재용이 본인의 능력이 닿아야 하고, 그 능력이 후계자로 적당하지 않으면 (그룹을) 이어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 회장 말대로 이 사장이 대내외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