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일로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았다. 창업자 이병철 선대회장의 뒤를 이은 ‘이건희 25년’은 삼성그룹이 글로벌 일류로 도약한 시간이다. 이 회장 취임 당시 그룹매출 9조9000억원은 지금 39배나 늘어나 연말이면 우리나라 예산보다 많은 38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순이익은 당시 2700억원보다 110배 많은 3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글로벌화와 질적인 성숙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애플과 경쟁구도를 형성한 세계 유일의 회사”(미국 뉴욕 타임스)다. 전 세계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삼성TV를 갖고 있고 7년째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 LCD 등의 가격 결정권을 갖고 세계 부품소재 시장을 틀어쥐고 있기도 하다.

삼성의 이런 변화는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며 취임 초부터 신경영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이 회장의 작품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15만대의 휴대전화를 불살라버리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깃발을 들었던 그다. 일본 산케이가 “삼성의 집요한 세계화 노력”이라고 평가한 지역전문가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 각국에 2000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삼성이 올해 세계 브랜드 순위 9위에 올라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어간 것(인터브랜드 조사)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물론 삼성을 애플 같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아직 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바람부는 넓은 바다의 선두로 나설 때다. 이미 이건희 회장이 스티브 잡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도 있다. 잡스는 스마트폰에서 1위였지만 이 회장은 20여개의 1등 상품을 제조했다. 그것도 반기업 정서가 유달리 강한 한국에서의 성과다. 일본의 산업분석가 기타오카 도시아키의 책 제목《세계 최강의 삼성이 두렵다》처럼 세계는 경이로운 눈으로 삼성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만큼은 삼성공화국 운운하며 뒷다리 잡는 세력도 있다. 퍼스트 무버는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아나서는 존재다. 또 한번 변화하지 않으면 그 벽을 넘어설 수 없다. 성공의 역설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역시 불굴의 정신력이다. 새로운 25년을 향해 돛을 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