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中企 2세 성공열전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 승계 7년만에 매출 두배로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밥솥수출 '식탁 韓流' 주도
성공한 2세 경영인 공통점…적극성·능력·소통·혁신성
가업 승계후 회사 더 발전시킨 '청출어람' 2세 경영인들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48)은 2005년 부친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면서 가업을 승계했다. 승계 후 군납 위주의 식품사업을 민간시장으로 넓히고, 제품군도 확대하면서 회사 매출을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150억원→260억원) 키웠다. 그가 경영을 맡은 후 회사 직원도 60여명에서 110명으로 늘었다.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서 대표적인 가업승계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그 비결은 뭘까.

강 회장은 “가업승계 전 16년 동안 바닥부터 몸으로 경영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군 장교(ROTC)로 제대한 후 1989년 입사해 생산 물류 영업 관리 회계 등 전 부문을 두루 거쳤다. 차근차근 승계 준비를 한 것이다. 강 회장은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어려움을 같이했기 때문에 2세라는 거부감이 없었고, 대표이사 취임 때 이미 60여명의 직원 중 근무기간이 다섯 번째로 긴 고참자였기에 낙하산 시비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제 가죽제품을 만드는 삼덕상공의 김권기 회장(55)과 국내 인주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는 매표화학의 최윤석 사장(48)도 창업주 밑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다 가업을 승계해 성공한 케이스다. 17년간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다 2001년 가업을 승계한 김 회장은 “성공적으로 승계한 비밀은 바로 현장에 있다”며 “현장에서 핵심 기술을 익히지 못한 2세 경영인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윤석 매표화학 사장 역시 대학 졸업 후 20년 동안 창업주인 아버지 최창봉 전 사장 밑에서 일을 배우다 2007년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도 인주공장 생산라인 직원으로 시작해 전국의 문구 도매상에 인주를 납품하는 영업과장을 거치는 등 인주 생산 업무 전반을 훑었다.

현장에서 핵심 기술을 익히고 직원들과 소통을 잘하면 승계에 무난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가족기업 전문가인 김선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에프비솔루션즈 대표)는 가업승계의 성공 요인을 네 가지로 요약했다. 승계자 자신의 강력한 의지와 경영 능력, 가족 및 기업 내에서 정당성과 신뢰 확보(소통능력), 1세대와의 좋은 관계 등을 갖춰야 가업을 성공적으로 이을 수 있다는 것. 김 교수는 “가업승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계자의 능력뿐 아니라 창업자의 철저한 준비, 가족들의 지원 등 다양한 요인이 시너지를 내야 한다”면서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업을 이어가려는 후계자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은 여기에 후계자의 혁신 능력을 더했다. 이 사장은 “맨주먹으로 시작한 1세대와 다르게 많은 가업승계자들이 해외 유학 등을 통해 글로벌 감각과 마케팅 능력, 혁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창업세대의 경험과 조직에 2세대의 글로벌 감각과 혁신성이 더해지면 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밥솥 위주에서 정수기 비데 등 가전제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성공한 쿠쿠전자의 구본학 사장과 플라스틱 버클 사업을 물려받아 이를 세계적 브랜드로 정착시킨 우진프라스틱의 백지숙 대표가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그러나 이처럼 승계 의지와 혁신성으로 충만한 후계자라도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승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IBK경제연구소가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후계자 교육기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5년 이상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답이 60.9%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은 3~5년(32.8%), 1~3년(4.7%), 1년 미만(1.6%) 순으로 나타났다. 이창호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결국 창업자가 살아 있을 때 그 밑에서 철저하게 준비한 2세가 가업승계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체계적으로 승계를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게 문제다. 2010년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31.5%만이 승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안 된 승계 작업은 언제든지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보다 기업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2세대까지 생존하는 가족기업은 30%, 3세대는 13%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족기업 연구전문가 레온 덴코 박사)가 나와 있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100년, 1000년 장수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상속세뿐 아니라 가업승계 지원 컨설팅 등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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