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8개국 주요 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판매하는 와인, 분유, 스마트폰, 화장품, 청바지 등 17개 제품의 가격이 유난히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비생활에 밀접한 24개 품목 55개 제품의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제품이 17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일부 와인과 분유는 서울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릿츠 리톤 스프링 진판델 와인’은 국내 판매가격이 11만3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중국(9만7490원), 이탈리아(7만8170원), 대만(7만5420원), 태국(5만8160원) 순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2만8000원에 판매돼 서울에서 무려 4배 비싸게 팔리고 있다.

미국산 분유 ‘네이쳐스원 베이비스 온니 오가닉’ 역시 국내에선 3만2000원에 판매돼 미국(1만4700원)보다 2.2배 높게 책정됐다. 아일랜드 분유 ‘씨밀락 어드밴스 인펀트 포뮬라’는 한국 3만5500원으로 중국(4만6000원), 미국(3만7200원), 아르헨티나(3만6000원) 다음으로 비쌌다.

국산 제품인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S3 32G’는 99만4400원으로 18개국 가운데 일본(102만8833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고, ‘갤럭시 노트 16G’ 역시 93만3900원으로 4위였다. 갤럭시 S3가 가장 싼 나라는 미국(73만6650원)으로, 한국 판매가격이 1.35배(25만7750원) 더 비쌌다. 김재옥 소시모 회장은 “갤럭시 S3는 한국 제품인데도 유럽 평균 판매가격(87만4980원), 아시아 평균 판매가격(88만3378원)보다 11만원 정도 비쌌다”며 “관세나 운송비가 없는데도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국내 출시 제품이 더 진화된 사양의 기기인 데다 예비 배터리, 충전용 거치대, 이어폰 등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 가격 차이가 8만~10만원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결코 비싼 수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미국·유럽의 화장품도 국내 판매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올레이 토탈 이펙트 크림’(3만5000원)과 ‘로레알 UV 퍼펙트 선크림’(2만5000원)은 서울이 두 번째로 비쌌고, ‘시슬리 선크림’(20만원)은 4위였다. 립스틱은 샤넬(3만9000원·16위), 랑콤(3만9000원·12위), 에스티로더(3만8000원·7위) 등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소시모는 또 한국에서 두 번째로 비싸게 판매하는 제품으로 ‘리바이스 501’ 청바지(16만8000원), ‘일리 에스프레소 원두커피’(3만원), ‘GNC 프리마-C 1000’ 비타민(4만8000원) 등을 꼽았다. ‘팬틴 프로-V’ 샴푸는 9500원으로 3위였고, ‘하이네켄’ 맥주(2300원)와 칠레산 ‘몬테스알파 까르네 쇼비뇽’(4만3000원), ‘퍼실 세탁세제’(1만7050원) 등은 4위였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비싼 제품의 가격 상승 원인을 파악해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