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트가 싼 줄 알았는데…전문점보다 53% 비싸
연말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와인숍에 들른 정은미 씨(43)는 가격을 보고 놀랐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던 와인들이 더 싼 값에 진열돼 있었던 것이다. 정씨는 “와인도 다른 상품처럼 대형마트가 더 저렴할 줄 알았는데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와인 가격이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몬테스알파 1865 등 대중적인 와인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유통채널별로 최대 60% 이상 차이났다.

현재 팔리고 있는 1865와 몬테스알파의 빈티지는 대부분 2009·2010년 산이며, 10만원 미만의 대중적 와인은 빈티지에 따른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865 카베르네 소비뇽’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에서 4만3000원이고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에서는 5만2000원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에선 3만9800원, 코스트코는 3만7890원이며 와인전문숍 와인나라에선 3만2000원, 가자주류(성수점)에선 2만8000원이다. 대형마트 판매가격이 와인전문점보다 최대 53.6%나 비싸다.

‘몬테스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 코스트코에서 1500㎖ 제품이 4만9490원으로 같은 용량 기준으로는 가장 싸다. 750㎖ 제품이 대형마트에선 3만9000원에 팔리고 전문점인 와인나라와 가자주류(성수점)에선 각각 3만원과 2만7000원이다.

다른 품목과 비교해도 와인가격의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스키 ‘조니워커 블랙’(700㎖)은 대형마트 판매가격(4만2500원)이 코스트코(3만6690원)보다 15.8% 비싼 데 그쳤다. 신라면 한 상자(30개)는 이마트 판매가(1만8100원)가 코스트코(1만5090원)보다 19.9% 비싼 수준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소매가에서 판매사들의 수익으로 돌아가는 마진율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와인 마진율은 평균 27%에 이른다. 한 와인 해외소싱 담당자는 “미국과 일본 대형마트의 와인 마진율은 20%를 넘지 않는다”며 “와인 수입사가 마트에 판촉사원을 파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마진율은 3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와인전문점보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주요 판매처로 굳어진 것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 메이저 와인 수입사 매출에서 대형마트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5%에서 올해 25%로 증가했다.

한 와인 수입사 마케팅 담당자는 “대형마트 덕분에 와인이 대중화된 측면도 있지만 유통망이 한정돼 있고 대형마트의 수시 할인행사에 맞추려면 와인 공식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잡고 할인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한 와인 수입업체 대표는 “할인전을 경쟁적으로 열다 보니 가격 차이가 심하다”며 “국내시장이 성장하려면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