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합연비' 전면 시행..車업계 고민
소비자는 "공인연비 못 믿겠다"

푸조·시트로엥 수입원 한불모터스가 이달 초 연 '연비 마라톤' 대회의 우승자는 공인 연비 20.2㎞/ℓ인 시트로엥 DS3 1.4 e-HDi로 53㎞/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경연 대회 결과일 뿐 인터넷상에서는 "실 연비가 공인 연비의 60~70% 수준밖에 안 된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글이 넘쳐난다.

현대·기아차의 북미 연비 오류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연비 논란'에 휩싸였다.

흔히 연비라고 불리는 에너지소비효율은 연료 1ℓ로 몇 ㎞를 주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다.

정부는 기존 공인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올 초부터 급가속, 에어컨 가동, 저온 환경 등을 반영한 '5-사이클(Cycle)' 방식을 적용해 '복합 연비'를 계산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복합 연비는 도심주행 모드로 측정한 연비를 5-사이클 보정식에 적용한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주행 모드로 측정한 연비를 보정식에 적용한 '고속도로 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된다.

정부는 우선 올해 새로 출시된 차에 새 제도를 적용하고 기존부터 양산된 차량에는 준비 기간을 둬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제도 전면 시행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음에도 복합 연비를 적용한 차종은 그리 많지 않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K3, 한국지엠 말리부, 르노삼성 SM3, 쌍용차 렉스턴 등 대부분 올해 새로 출시되거나 파워트레인을 바꾼 부분변경 모델이며 기존에 연비를 인증받은 모델은 대부분 새 연비로 바꾸지 않았다.

수입차 역시 올해 새로 출시한 모델에 복합 연비를 받았을 뿐, 대부분은 전환을 남겨두고 있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 주행 환경이 반영된 복합 연비는 대부분 기존 연비보다 낮아지는 것을 각 업체가 부담스러워해 변경을 미루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현재 새 기준을 적용한 모델 대부분이 구 연비보다 10~20% 낮은 연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BMW 525d는 복합 연비가 16.4㎞/ℓ로, 기존과 유사한 측정 방식(CVS-75모드)으로 산출한 연비인 20㎞/ℓ보다 18% 낮다.

마찬가지로 현대차 싼타페 2.2디젤(2WD)은 복합 연비 14.8㎞/ℓ로 기존 방식으로 산출한 17.5㎞/ℓ보다 15.4% 낮다.

이에 대해 각 업체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므로 서서히 바꿔 나갈 계획"이라면서도 최근 벌어진 연비 논란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다 같이 연비가 낮아지니 신 연비를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논란으로 소비자 시선이 연비에 쏠린 상황이 어느 자동차 업체에나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제도가 전면 시행되더라도 연비에 대한 소비자 불신감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시스템은 각 업체가 정부 지정 시험기관에서 측정한 연비를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하면 공단이 이를 인증하는 것이다.

국산차 업체들은 자체 시설을 연비 측정 시설로 인정받아 연비를 측정해 신고한다.

정부는 사후 검증을 위해 일부 차종을 골라 연비를 재측정한다.

등록 차종 가운데 연간 3~4% 정도가 사후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재측정 결과가 인증치보다 5% 이상 차이가 나면 연비를 변경해야 하지만, 실제 변경 사례는 없다.

이런 시스템이 공인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각 문화와 지역마다 맞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므로 국가 지정 기관에서 측정해 인증을 받는 현행 제도가 문제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다만 사후 검사 비율을 높이는 등 검증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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