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중진공 지원받아 조사한 비비크림…중소기업 3개 제품만 '우수' 판정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비교공감'…건전지·어린이 음료 조사 '호평'

소비자단체·정부 안전기준 제각각…고객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식품업체들 한번 걸리면 '큰 타격'…올들어 농심·코카콜라 등 도마위
‘비비크림, 어떤 걸 고를까. 수입 및 고가의 기능성 비비크림 일부에서 배합한도 초과(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성분 과다). 중소기업 제품이 배합한도 등 기준 잘 지키는 편.’

소비자시민모임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예산을 지원받아 조사해 지난 9월 발표한 비비크림 비교정보 자료의 제목이다. 두리화장품 쿠지인터내셔널 스킨푸드 등 3개 중소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을 ‘추천’한 것이다. 비비크림 20종의 용량과 가격은 물론 자외선차단, 미백, 주름개선 기능에 대해 실험한 결과였다. 한 화장품회사 관계자는 “당시 비교 표를 보면 추천할 만한 국내 대기업 제품도 많은데 콕 집어서 중소기업 제품 3개만 우수하다고 발표한 건 이미 각본을 짜놨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객관성·공정성 담보가 신뢰의 핵심

[상품 정보의 명암] 선택 폭 넓힌 '상품 안전정보'…해당 업체는 '치명타'

소비자단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비교정보는 소비자들에게 성능과 가격 등을 제대로 따져보고 구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3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한국판 컨슈머리포트인 ‘비교공감(옛 K-컨슈머리포트)’ 중 일부는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5월엔 어린이 음료 1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쿠우 오렌지, 카프리썬 오렌지맛, 유기농아망오렌지 등 3개 제품에 당류 함량이 고열량·저영양 당류 기준치(17g/1회 제공량)보다 높다는 점을 밝혔다. 또 8월엔 소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AA건전지 12개를 조사, “가격 차이가 최대 9배 나지만 성능 차이는 1.56배에 불과하다”고 발표해 소비자들로부터 “굳이 비싼 해외 제품을 쓸 필요가 없게 됐다”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의 일부 조사는 예산이 적어 심층 비교·분석을 할 수 없거나, 예산을 지원해준 기관에 편중된 결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소비자원은 올해 9억7000만원의 예산으로 지금까지 총 10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연간 예산(약 26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장은경 소비자원 홍보팀장은 “공정위에서 책정한 7억여원의 비교공감 예산과 각 소비자단체에 용역을 주는 2억여원의 예산을 합쳐 올해 약 10억원이 배정됐는데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비교 제품의 수도 늘리고 평가 방법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이 지난달 말 발표한 식기세척기의 비교실험 대상은 12인용 최신모델 4개 상품으로 한정했다. 3000만원가량의 예산으로는 4~16인용 등 다양한 제품을 다 분석할 수 없었던 탓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식기세척기 관련 보고서를 내놓을 때 91개 제품을 시험·평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교공감 1호였던 등산화는 유명 브랜드만 20개가 넘는 데도 5개 회사의 제품만 비교·분석했다. 비교대상에서 제외된 업체들이 반발한 것은 물론 대상업체들도 무게(경량화, 중량화 등) 가격 등의 기준을 정해주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 등산화업체 관계자는 “무게로 비교할 줄 알았으면 당연히 경량화를 냈을 것”이라며 “대표 제품으로 경량화를 제출한 브랜드만 좋은 제품인 것처럼 포장됐다”고 꼬집었다.

[상품 정보의 명암] 선택 폭 넓힌 '상품 안전정보'…해당 업체는 '치명타'


‘안전기준 미흡’ VS ‘과다 정보 제공’

소비재 관련 ‘안전 기준’도 논란을 빚고 있다.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면 해당 업체들이 안전기준을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사례가 있따르지만, 소비자단체들이 안전기준을 새로 만들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피앤지의 섬유유연제 다우니 사건에선 소비자단체와 정부의 발표가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소시모는 지난달 9일 “한국피앤지가 판매하는 베트남산 다우니 베리베리와 바닐라크림향에서 유독물질 ‘글루타알데히드’가 98㎎/㎏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글루타알데히드는 다른 다수의 방부제와 더불어 섬유유연제 안전기준에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다우니는 현행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소시모 발표에 즉각 해당 제품을 철수시켰던 대형마트들은 기술표준원 방침에 1주일도 안돼 판매를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소시모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명 소시모 정책국장은 “기술표준원으로부터 ‘한국피앤지에 보낸 문서 어느 곳에도 안전하다는 문구를 쓴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특정 시점에 만든 안전기준은 지금의 모든 재료까지 포함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유독물질에 대한 안전기준을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헷갈리는 건 소비자들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송은주 씨(36)는 “안전기준에 적합한 수치라고는 해도 유독물질이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안심하고 쓸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안전기준을 바꾸든지 안전기준에 적합한 수치면 아예 발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기준 논란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는 곳으로 식품업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농심 너구리 사건 외에도 코카콜라, 일동후디스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코카콜라는 지난 7월 소시모가 ‘코카콜라에 포함된 발암물질(4-MI)의 양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미국 소비자단체 공익과학센터(CSPI) 자료를 인용, 국내 함유량을 공개해 달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요청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식약청은 국내 유통 중인 콜라 음료는 ‘매우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가, 소시모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국제기준에 비춰 전혀 이상이 없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업체에 함량을 줄여나갈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소비자정보의 객관성 및 안전기준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예산 부족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비교정보 자료를 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소비자단체처럼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회원 수를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민지혜/최만수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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