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은행 서울 본점에서 일하는 이모 과장(38)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재테크다. 명색이 은행원인데도 불구하고 가계 살림은 통 엉망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과장은 “큰 맘 먹고 2009년에 마련한 집값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다보니 새로운 투자는 언감생심”이라며 “두 아이 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어떻게 재무 상황을 바꿔야 할지 답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2. B회계법인에 다니는 회계사 김모씨(40)는 맞벌이 부부다. 아내와 같이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지출이 너무 크다. 그는 “아내도 전문직 종사자다 보니 차를 두 대 굴리는데 매달 차값 월부금과 유류비 세금 등으로 200만원씩 나간다”며 “씀씀이를 조정하고 싶은데 사회적 체면도 있어 우선순위가 잘 정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2차 베이비부머들은 우리 사회의 중추다. 일반 회사에서는 대개 10~15년차 과장·차장급으로 ‘허리’, ‘핵심일꾼’이 되어 한창 일할 나이다. 사회 초년병이나 은퇴를 앞둔 이들과는 재테크 고민도, 우선순위도 다를 수밖에 없다.

2차 베이비부머들은 대개 수입의 증가 속도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는 지출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비 부담에 쩔쩔매는 이들이 상당하다. 부모님의 간병비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이다. 본인과 배우자의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대비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이들이 적잖다.

여유자금 운용에서도 ‘큰 실수’가 많은 때다. 지난 10년가량 모은 돈을 무리하게 부동산에 투자, 유동성이 부족해져 하우스푸어가 되거나, 과도한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해당된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2차 베이비부머를 위한 쏙쏙 재테크 팁을 물어봤다.

○과시형 소비를 조심하라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2차 베이비부머들의 재테크 ‘제1의 적’은 과소비다. 회계사 김모씨 부부가 그런 사례다. 자동차는 투자 대비 감가상각이 가장 빠른 자산에 속한다. 고급 승용차를 몰수록 유류비와 세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월세로 살면서 외제차를 굴리는 식의 소비를 하는 이들이 흔하다”며 “그러면서 동시에 재테크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 교육비에 관해서도 과시적인 소비는 흔하다. ‘옆집 아이가 OO영어학원을 다닌다는데 우리 아이도 그 정도는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마인드다. 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경우 과외비로 월 수백만원을 쓰는 이들도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한 쪽 월급을 거의 자녀에게 투자하는 식이다.

자녀에게 최고의 교육을 하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지만, 지나고 보면 큰 성과(?)도 없이 사교육업체들 배만 불려놓았기 십상이다. 꼭 필요한 교육비는 투자의 관점에서 쓸 수 있지만, 단순히 옆집에 지지 않으려고 지나친 소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형 부동산 투자도 ‘굿’

부동산은 2차 베이비부머들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집 한 채를 갖고자 노력할 때는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지만, 투자 시점을 잘못 택한 집 한 채 때문에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가 휘다 보면 ‘집이 웬수’라는 말도 절로 나온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강남센터 부장은 “2차 베이비부머는 그간 부동산에 가장 당한 세대”라고 말했다. “30대 후반은 2000년대 중·후반 상투를 잡고 집을 샀을 가능성이 높고, 40대 초반은 처음 마련한 작은 집을 넓혀 가려다가 기존 집이 팔리지 않고 새 집의 가격은 떨어지는 식으로 물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시중은행 PB들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시절을 앞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부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가능했던 집값 상승의 신화에서 벗어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가격 상승(캐피털 게인)보다는 현금흐름 확보(인컴 게인)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갖고 있는 집 한 채를 아예 없애고 전·월세로 사는 것을 추천하는 PB들은 없었다. 김현규 하나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려 있거나 주택 수요가 공급에 비해 넘칠 때는 전월세 가격도 급등한다”며 “거주 안정성을 고려하면 집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아직 부동산 투자를 할 여력이 있다면 월세가 나오는 지방의 소형 부동산 상품 등을 눈여겨볼 수 있다. 신 팀장은 “지방 다가구주택의 경우 1억~1억5000만원 정도를 투자해서 월 100만~150만원 정도 수익을 올릴 만한 것들이 있다”며 “시세차익은 기대하지 말고 5~10년간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둬서 투자물건을 찾아야 한다”며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충분히 발품을 팔아 공실률 등을 확인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예금에서 벗어나라

30대 후반~40대 초반 2차 베이비부머들은 금융 상품을 운용할 때 가장 적극적인 세대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자금여력이 있고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자신감이 넘쳐 직접 주식투자 등에 손을 댔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많은 연령대다.

PB들은 이 연령대에는 아직 리스크를 지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어울린다고 조언한다. 정기예금·적금 등 안전자산에만 돈을 몰아넣어선 물가상승률만큼의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방법이 문제다. 박 부장은 “막연히 주식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하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주식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예금(ELD) 등으로 관심 대상을 넓히는 게 좋다”며 “특히 주식 직접 투자나 주가연동 상품을 고를 때 자신이 잘 아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기 일시형 상품 대신 월지급형 상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했다. 배당이 많이 나오는 주식이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현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은퇴 준비 시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자산구조 변동이 어려운 만큼 지금부터 차근차근 현금흐름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그는 추천했다.

○제2의 인생 준비해라

2차 베이비부머들은 바쁘다. 회사일도 바쁘고 집안일도 바쁘다. 그러나 달리 보면 지금이 바로 은퇴와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신 팀장은 “40대 후반~50대 초반부터는 은퇴가 가시화되는데 이때부터 은퇴를 준비하면 너무 늦다”며 “현재 직장에서 물러난 뒤 할 수 있는 나만의 아이템 개발을 지금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년 단위 계획으로 관심 아이템을 발굴하고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좋다고 그는 설명했다. 신 팀장은 “‘지금의 나’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시간관리를 잘 해서 ‘미래의 나’에게도 투자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