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헬륨 공급부의 러시아산 '어댑터 블록' 틈 벌어져

나로호가 지난달 26일 3차 발사를 4~5시간 앞두고 멈춰선 것은 단순히 불량 고무링 부품 한 두개 때문이 아니었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공개한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나로호 발사체 1단(하단)부와 발사대를 연결하는 접합부의 '어댑터 블록'이라는 부품이었다.

러시아에서 만든 1단부 가장 아래쪽에는 연료나 헬륨가스 등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름과 높이가 각각 약 40㎝ 정도인 녹색 원통(디스크) 모양 부품이 붙어있는데, 이를 어댑터 블록이라고 한다.

이 어댑터 블록은 발사 준비 과정에서 발사대와 연결된 연료공급라인, 즉 연결포트(CD-1, CD-2)와 접합되고, 발사대에서 기술진은 어댑터 블록 속의 여러 파이프를 통해 로켓 연료와 로켓 작동에 필요한 헬륨 가스 등을 주입한다.

이 어댑터 블록은 로켓이 실제로 발사되면 발사체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이 때까지 발사체에 붙어있다가 분리되는 부위를 '분리면'이라고 한다.

지난 26일 첫번째 발사예정일 당시 갑자기 발사준비 작업이 중단된 것은 이 어댑터 블록을 통해 헬륨을 주입하던 중 헬륨이 새는 현상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어댑터 블록과 발사체 1단 분리면 사이 기체 밀봉을 위해 사용된 링 모양의 고무 실(seal)이 찢어진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두 나라 연구진의 조사 결과 러시아산 고무 실 자체는 규격에 맞게 제작돼 이상이 없었다.

사고 초기 제기됐던 불량 고무 실이 헬륨 주입 당시 220기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는 분석은 틀린 셈이다.

문제는 어댑터 블록과 발사체를 연결해 잠그는 부위, 이른바 '체결부'에서 발견됐다.

어댑터 블록이 발사체에 밀착되려면 발사체 분리면의 긴 막대 모양 봉과 어댑터 블록 내부가 암수 형태로 꽉 맞물려야 하는데, 지난달 30일 헬륨가스 공급 실험(220기압)에서 약 3시간이 지나자 잠금이 풀리고 어댑터 블록이 분리돼 버렸다.

결국 이 틈 때문에 고무 링들이 찢어졌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쉽게 말해 암나사와 수나사 쪽에서 모두 오차범위 내 규격 차이가 있었고, 이 때문에 어댑터 블록이 발사체에 딱 붙지 않고 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굳이 따지자면 러시아측의 제조 결함"이라고 설명했다.

3차 발사 재시도를 위해 러시아측은 조만간 어댑터 블록을 다시 보낼 예정이나, 새 부품 역시 도착 후 면밀한 테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26일에도 실제 헬륨가스 주입 이전까지는 어댑터 블록 문제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항우연측에 따르면 당시 러시아에서 1단부와 함께 붙어 온 어댑터 블록에 대해 발사에 앞서 1시간 정도만 기체 주입 시험을 진행했다.

러시아에서 이송되기 전 이미 기본적 검사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송 과정에서 충격 등이 없었는지만 조사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발사준비 과정에서는 헬륨 가스 주입에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26일 오전 9시40분께부터 헬륨가스가 주입된 뒤 1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결국 틈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교체될 어댑터 블록에 대해서는 연구진이 테스트 시간을 실제 발사 당일 주입 시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측의 입장과 관련, 노 전략기술개발관은 "러시아측이 이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앞서 러시아에서 시험했을 때 이 문제를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주연 기자 shk999@yna.co.krgol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