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 오피스텔에 대한 강남 부자들의 관심이 높다. 당장의 수익률보다는 KTX 역세권이 될 이 지역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도심이나 수도권 신도시에서 분양되는 오피스텔과 달리 청약 성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청약 성공 행진 이어져

현대건설이 강남지구에서 지난달 말 분양한 ‘강남 힐스테이트 에코’ 오피스텔은 468실 공급에 1만62건의 청약이 몰려, 평균 2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신영이 7-15블록에 선보인 ‘강남 지웰홈스’ 오피스텔도 691실 공급에 6634건의 청약이 몰려 평균 9.6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의 ‘강남 더샵 라르고’(458실)는 평균 13.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초기 계약률이 86%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분양이 이뤄졌다. 이에 앞서 대우건설 등이 공급한 오피스텔들도 거의 대부분 100%에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문정동 동남권 유통단지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이 1400여실의 대단지 오피스텔 ‘송파 아이파크’를 내달 분양하는 등 인근 지역에서 공급도 이어지고 있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차장은 “은행권 이자율이 세후 2%대 후반까지 내려앉고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하다”며 “은행이자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이 미래가치가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부자 장기 투자로 접근

오피스텔들이 들어서는 곳에서 마을버스로 두정거장 거리인 수서역에는 2014년께 KTX가 개통된다. 역 주변 38만㎡에는 호텔·백화점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도 개발된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문정동엔 동부지법·동부지검 등이 들어서는 법조단지와 연구단지가 조성된다. 동남권유통단지의 개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도 조성된다. 대모산 자락의 그린벨트였던 강남보금자리지구엔 6800여가구의 주택과 상업·업무시설 등이 들어선다. 인근에 SH공사의 세곡1지구 2100여가구와 세곡2지구 4000여가구까지 합치면 2015년까지 1만5000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가 조성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강남 보금자리지구는 테헤란로 등 강남 업무지구와 떨어져 있지만 인프라 시설이 계획대로 들어선다면 주거지로서의 가치는 최상”이라며 “강남접근성이 좋고 규모가 큰 브랜드 단지 위주로 공급되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은 입주 초기 1~2년간 입주자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강남 부자들은 장기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금융회사 PB들은 설명한다. 곽명휘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1~2년을 보고 단기로 투자하지 않는다”며 “초기에 입주난을 감수하더라도 5년 이상 보유하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 도심의 오피스텔은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받아야 수익률을 맞출 수 있지만 보금자리지구 오피스텔은 70만~80만원이면 된다”며 “100만원 이상의 월세를 감당할 수요층은 한정돼 있지만 70만원 정도의 월세 수요층은 많다”고 덧붙였다.

◆분양가도 저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도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강남보금자리지구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 수준으로 3.3㎡당 1600만원 안팎인 강남이나 도심권보다 5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분당신도시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주변 시세와 임대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기존 도심 오피스텔과 달리 새로 조성되는 지역의 오피스텔은 불안요소가 있다”며 “그럼에도 강남지구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 가격에 부동산에 투자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강남 힐스테이트 에코는 우물천장을 2.75m로 높여 개방감을 살리면서 층고를 활용한 수납가구를 배치했다. 강남 유탑유블레스는 1층 공터에 실내 정원을 조성하고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해 관리비를 줄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대부분 입주 때까지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기 때문에 계약금 3000만원으로 오피스텔 3개를 계약할 수 있다”며 “여차하면 전매하면 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분양을 받았다가 나중에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한사람이 여러건의 청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청약경쟁률보다는 실제 계약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유심히 봐야하고, 기존에 분양한 오피스텔에 얼마나 프리미엄이 붙어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